"내 손으로 고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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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갈아입어야 하는 남편의 '근무복'인 와이셔츠를 아내가 손쉽게 대량으로 구입하는 시대는 지났다. 개성 있게 입고 싶어하는 남성들이 아내에게 맡기는 대신 맘에 드는 디자인을 직접 고르기 때문이다. "100사이즈 흰색으로 네 장만 주세요,기왕이면 싼 걸로"라며 아무거나 고르던 여자들과 달리 멋을 아는 남자들은 같은 흰색,같은 100사이즈라도 "광택이 조금 있으면서 질감이 너무 흐느적거리지 않고 딱 떨어지는 와이셔츠로 보여주세요"라고 까다롭게 말한다.

◇편한 게 최고=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입고 있어야 하는 '근무복'인만큼 와이셔츠는 멋보다 기능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동안 직접 입지 않는 사람이 옷을 사다보니 기능적인 측면이 소홀하게 다뤄졌던 게 사실이다.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있으려면 셔츠 앞판보다 뒷판이 조금 더 넓어야 편하지만 국내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셔츠는 앞뒤 판 크기가 똑같다. 또 어깨선과 진동선(몸통과 팔이 만나는 선)도 평면적이다. 몸을 앞으로 구부렸을 때 어깨와 팔 상단이 당기는 느낌이 드는 게 바로 이런 재단방식 탓이다. 또 몸통과 소매통이 크기 때문에 재킷 안에 입었을 때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옷맵시가 떨어지고 입기에도 불편하다.

찰스주르당 셔츠의 박윤혜 디자인 실장은 "몸에 잘 맞게 라인을 살려 입체 재단을 하면 기장과 몸통을 일자형으로 할 때보다 쓸데없는 여유분을 줄여줘 옷맵시가 난다"면서 "제조업체에서는 만들기 까다롭고,주부 입장에서는 다림질하기 어려워 입체재단 와이셔츠가 별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셔츠를 직접 고르는 남성이 많아질수록 입체 패턴 와이셔츠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재를 알아야 멋쟁이=와이셔츠의 대표적인 소재는 면이다. 실이 가늘수록 50수·100수 등 숫자가 커지는데 최근에는 140수·200수 등 아주 가는 실로 짜여진 면 소재(세번수)가 인기다. 가늘수록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보기에는 좋다. 면이지만 실크같은 광택이 있어 매번 새옷을 입은 듯 '폼'이 나기 때문이다.한 장에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와이셔츠는 대부분 이런 실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구김이 쉽게 생기는 게 단점이다.

이 단점을 보완한 게 면혼방 셔츠다.레이온 혼방은 비교적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광택이 좋다. 다만 조직이 약해 쉽게 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폴리에스테르 혼방은 구김이 적어 다림질이 필요없지만 질감이 부드러워 입었을 때 새 옷같은 빳빳한 느낌은 없다. 또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에는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므로 폴리에스테르 혼방 셔츠를 사려면 정전기 방지 처리가 돼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와이셔츠에도 유행이 있다=넥타이가 좁았다 넓었다를 반복하며 유행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와이셔츠의 깃도 비슷한 경향을 띤다.요즘은 깃이 넓은 게 대세다. 또 넥타이를 풀어도 초라하지 않도록 맨 윗 단추 채워지는 부분에 단추를 두 개 또는 세 개를 연이어 박은 것도 나와 있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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