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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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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현대시 1백년사의 첫 시집은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1923년)이지요. 그게 김억의 나이 스물일곱 때였습니다. 소월이 『진달래꽃』(25년)을 펴낸 것은 스물셋에 불과했지요. 현대시사는 '젊은 문학'이었던 겁니다. 그에 비해 미당 서정주는 그의 70대 후반 『산시(山詩)』(91년)『늙은 떠돌이의 시』(93년)를 차례로 펴내 노익장을 과시했습니다. 자, 이제 '행복한 책읽기' 문학면 김춘수 시인의 『쉰 한편의 비가』를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그의 연세 80, 아마도 최고령 시인의 시집이 그것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시집일까?"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며 그 원로도 그렇게 말했다지만, 시집은 여전히 팽팽한 긴장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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