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반감만 사는 ‘LPG 가스통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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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앞에서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연일 ‘천안함 서한 발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참여연대가 북한 정권의 주장을 대변하고 옹호해 국론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며 “북한을 옹호·두둔하는 행위를 멈추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참여연대가 서한 철회와 대국민 사과는 물론 자진 해체를 할 때까지 참여연대 앞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가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서한을 유엔에 보낸 행위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국제사회의 연대를 위해 총력 외교를 펴는 마당에 도발자를 변호하려는 건 부적절하고, 이적(利敵)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보수단체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집단행동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건 이해가 된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다. 많은 국민이 사회 일각의 친북성(親北性)·종북성(從北性)을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불법적인 도구를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위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엊그제 시위 과정에선 시너를 채운 소주병과 LPG 가스통이 등장하고,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졌다. 인신공격적인 욕설과 막말도 오갔다고 한다. 이런 거친 항의 표시는 오히려 시위의 정당성을 바래게 한다. 아무리 절박한 심경일지라도 시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적이고 이성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 차원 높은 도덕성을 보여 참여연대가 스스로 성찰하게 해야 한다. 보수의 시민의식 수준이 도매금으로 욕먹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과격성에 의존할수록 국민들은 그 주장의 정당성에 귀 기울이기보다 외면한다. 2008년 촛불시위 때 일부 세력이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며 자행했던 불법·과격 시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그럴듯한 구호를 외치더라도 과격 시위는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고 반감(反感)만 살 뿐이다. 자칭 ‘진보 언론’들도 정부와 보수 언론이 색깔공세로 이런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식의,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무책임한 보도로 서로의 이념갈등과 적개심을 조장하는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