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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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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리처드 기어·조디 포스터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서머스 비'는 프랑스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을 각색해 재제작한 것입니다. 본래 그 스토리는 가짜 남편을 둘러싸고 16세기 프랑스에서 벌어진 송사(訟事)를 다룬 원전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원전은 2년전 국내에서도 번역됐던 『마르탱 게르의 귀향』(나탈리 데이비스 지음, 지식의 풍경)으로 1970년대 이후 미시사(微視史)의 고전으로 꼽힙니다.

정치사나 거대담론에 눌려 가려왔던 생활사·의식사를 포착하려는 역사연구의 흐름이 바로 미시사 연구인데, 이번 주 주요기사로 다룬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야말로 거기에 근접한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대기적 서술을 뛰어넘어 그 노래를 즐기던 당대 민중의 사회심리까지 포착하는데 성공한 읽을거리, 그러면서도 부담없이 읽히는 미덕을 가진 게 바로 이 책입니다. 고단했던 근현대사의 족적을 대중가요 흐름을 통해 훑어보자는 생각으로 '우리 마음의 흥남부두 금순이'를 화두로 올립니다.

멕시코 사파티스타 반란군의 마르코스의 별난 저작집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역시 주요기사로 처리했습니다. 한데 중남미연구가 이성형 박사의 이 책 리뷰기사를 각별하게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리뷰란 바로 그런 글이 아닐까 싶은 게 우리의 판단인데, 이박사는 마르코스의 그 책이야말로 정치 팸플릿도 시집도 아니고, 그 이상의 '우리 시대 언어'라고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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