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D설명자료 뜯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이 한국에 전달한 미사일 방어(MD)관련 설명자료에선 북한 미사일 위협 봉쇄를 위한 미측의 의지가 물씬 풍긴다.

문서는 MD가 불량국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사실상 북한 미사일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MD를 서둘러 구축하려는 것이 1998년의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 때문이라고 한 게 대표적 사례다. 특히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공중레이저(ABL)로 요격하는 것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점이 주목된다.

ABM 협정의 개정이나 폐기 없이도 노동 미사일 요격 ABL을 배치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 공중.해상 MD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해상 시스템의 경우 이미 미 해군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SM-2 블록4 요격미사일 30기를 장착한 두 척의 이지스함(알레이 버크급)을 북한에서 20~50㎞ 떨어진 해상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본지 5월 30일자 1, 3면>

다만 이지스함 체제와 ABL 체제는 방어 대상과 ABM 협정의 제약이라는 측면에서 다르다. 해상시스템은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을 잡기 위한 것인 만큼 ABM 협정의 개정이나 폐기가 필요하다.

미 해군 설명대로 1년~1년6개월 내에 구축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전에 러시아와 ABM에 관한 수정.폐기 합의를 해야 한다.

반면 ABL을 통한 중거리 미사일 요격은 ABM 협정의 제약이 없다고 보는 만큼 언제든지 배치가 가능하다. 기술상의 문제만 남아 있는 셈이다.

통일연구원 전성훈(全星勳)경제협력연구실장은 "미국은 지난해 지상레이저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며 "공중레이저로 미사일을 추진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MD를 구축하려는 것은 기존의 군사 장비나 개량형 장비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데다 미 7함대.주한 미 공군의 지원을 받기가 쉽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과 전역미사일방어(TMD)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의 한반도 주변 MD구축 구상에 대한 한국의 참가 여부는 미지수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보다 방사포가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데다, 참가할 경우 MD에 반발하는 중국.러시아.북한과의 관계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맹국인 미국이 세계전략의 핵(核)으로 내건 MD에 대해 '나 몰라라' 할 처지도 못된다. MD 문제는 우리 외교의 최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