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만큼은 의혹 남기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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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진승현 게이트' 의 정.관계 연루 의혹이 과연 제대로 풀릴까. 한빛은행 사건과 동방금고 사건에 연이어 불거진 유사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터졌다 하면 백억.천억원대라 서민들의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검찰수사는 두차례 모두 본질인 정.관계 연루 대목을 피해간 인상이었다.

그래서 시중에선 이번이라고 별거 있겠느냐는 회의가 팽배하다.

검찰은 이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이번엔 한점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수사 초동단계부터 뒤뚱거린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검찰이 陳씨 수사에 착수한 게 지난 9월 초다.

그를 출국금지 조치했고, 언론엔 수사발표 때까지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엠바고' 를 요청했다. 陳씨는 그 뒤 2, 3일에 한번씩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회사를 막후에서 경영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는 데도 지금껏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검찰은 이달 초 불법대출건이 추가되기 전까지는 陳씩?대한 혐의내용이 미미해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TV는 陳씨가 불과 며칠 전까지도 자신의 집을 드나들었다고 보도하고 있어 역시 느슨한 수사에 대한 의문이 남고, 수사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陳씨와 함께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잠적 중인 리젠트증권 사장 고창곤씨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그의 혐의내용을 통보받은 게 지난달 24일이지만 고씨는 이달 초까지 자택에서 지냈다고 한다.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통보받자마자 신병확보에 나서기엔 수사상 무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잠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됐다. 피의자들로선 말 맞추기나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니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며 덩달아 의혹도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핵심은 정.관계 로비와 비호 여부다. 당장 20억원의 비자금 용처가 궁금하다. 구속된 한스종금의 신인철씨는 이 돈을 "빚갚는 데 썼다" 고 하는데 석연치 않다. 우선 수사는 20억원의 행방을 쫓는 데 모아져야 할 것이다. 1천억원을 넘나드는 불법대출이 20대 젊은이 혼자의 계산과 수단만으로 이뤄졌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다.

정.관계 인사들과의 연결고리가 없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기본적인 의혹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사건이 아니라고 성급하게 결론내릴 게 아니라, 아니면 왜 아닌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설득력있는 수사결과를 내놔야 한다. 국민은 그 결과를 보고 야당의 검찰탄핵안 발의가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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