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배 아프면 위가 문제? 전립선염·요로결석일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일러스트=강일구

Q 40대 중반인 남편이 장기간 복통·소화불량을 호소해 걱정이 태산이다. 위암 가족력이 있어서다.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은 위(胃)에 탈이 났다는 신호인가?

A 복통·소화불량은 위장질환의 결과일 수 있지만 위에만 ‘혐의’를 두는 것은 잘못이다. 진짜 질병을 찾아내지 못할 수 있어서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인 위·소장·대장은 서로 분리된 장기가 아니라 미로처럼 꼬불꼬불 하나로 연결돼 있다. 대장의 일부인 결장은 위와 맞닿아 있을 정도다. 따라서 소화기 증상만으로 병의 정확한 위치를 꼭 집어내기 어렵다.

식사 후에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하면 위장질환으로 짐작해 위장약부터 챙겨먹는 사람이 많다. 만약 위장약을 복용한 뒤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심해진다면 위가 아닌 소장·대장의 질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배꼽을 기준으로 위쪽을 상복부, 아래쪽을 하복부라 한다.

상복부 복통 원인의 약 60%는 위(胃)에 있다. 그러나 하복부 복통은 대개 위와 무관하다. 남성의 전립선 비대증·전립선염, 여성의 골반염증·요로결석이 하복부 복통을 곧잘 일으킨다(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윤정 교수).

식사 후에 하복부(주로 왼쪽)에 심하지 않은 통증과 함께 배가 부풀어오르고 가스가 많이 차면서 변비·설사가 교대로 나타나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이기 쉽다. 이때 통증은 배변 뒤 사라지기도 한다. 심각한 병은 아니다.

소화불량이 ‘위의 이상’으로 밝혀지는 경우는 드물다.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원인을 찾기 힘든 이른바 기능성 소화불량이 대부분이다. 소화불량의 원인은 스트레스·과식 등 오만가지다.

흔히 소화하면 위를 떠올리지만 소화가 주로 일어나는 장기는 소장이다. 위에서도 일부 영양소가 소화·흡수되지만 소장과는 비할 바가 못된다. 강산(强酸)인 위산을 분비해 음식과 함께 몸 안에 들어온 유해균을 죽이고 음식을 잘게 분쇄하는 것이 위의 주된 역할이다(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일러스트=강일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