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스마트폰 쓰나미 … 위기이자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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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차세대 휴대전화인 스마트폰 바람이 거세다. 미국의 애플이 ‘아이폰’ 선풍을 부른 데 이어 지난주에는 구글이 ‘넥서스원’을 선보였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비중은 지난해 이미 15%를 넘어섰고, 올해는 25%에 이를 전망이다. 게걸음을 치는 2세대 휴대전화 시장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팽창이다. 게다가 애플과 구글은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이런 세계적 강자들이 스마트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시장에서 대형 쓰나미가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애플과 구글이 통신업체-단말기 제조업체의 기존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말기 제조는 대만 업체들에 위탁하고, 소비자가 이용료가 싼 통신회사로 마음대로 옮길 수 있도록 터놓았으며, 온라인을 통해 별도의 유통망 구축까지 시도하고 있다. 모든 과정을 자신들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포석이다. 자칫하면 통신회사들은 물론,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을(乙)’의 입장이 될지 모른다. 선진국들이 오래전에 무선 인터넷으로 넘어간 사이, 한국은 유선 위주의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 업체들이 최근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이상 장기적 로드맵과 발상의 전환 없이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모바일 경쟁력의 핵심은 플랫폼 개발이다. 사용자들이 어떤 플랫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콘텐트·통신서비스·단말기는 자동으로 결정된다. 여기에다 반응 속도와 편의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수성에만 골몰했던 국내 포털업계도 급변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통신업계 역시 기존의 성공신화는 잊고 무선 인터넷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생존을 도모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의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다시 한번 ‘IT 강국 코리아’를 기약하려면 혁신밖에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