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윈도] 비서실장…그대 있음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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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임기가 얼마 안남은 클린턴 대통령은 순조로운 나날을 즐기고 있다.

그가 탄핵재판의 폭풍우를 헤치고 평화로운 항해를 하는 데에는 비서실장 존 포데스터(51)의 기여가 결정적이라는 평가가 워싱턴 정가에 자자하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직원.야당인사.노조간부 등의 중평을 모아 클린턴의 전현직 비서실장 4명 중 포데스터가 가장 뛰어나며 그는 공직의 모범케이스라고 칭찬했다.

주위에서 인정한 포데스터의 제1 덕성은 뒤에서 조용히 대통령.행정부를 돕는 '그림자 비서실장' 이라는 점. 법무부 검사 출신인 그는 상원에서 일하다 1993년 백악관 비서를 시작했는데 언론 인터뷰나 TV 출연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가 사실상 처음 TV에 모습을 보인 것은 비서실장이 된 뒤 98년 11월 일요일 아침 토크쇼에서 탄핵위기에 몰린 클린턴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두번째 덕성은 일에 관한 진지함과 정직성. 시카고 노동자 집안 출신인 그는 노조 지지자였다.

그는 클린턴이 강력히 밀어붙인 대중국 자유무역 법안에 대해 중국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법안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노조의 입장에 동조했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의 법안 추진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클린턴이 올해 법안을 다시 밀어붙이자 포데스터는 혼신의 힘을다해 의원들을 설득했다. 법안통과를 놓고 노조지도자들은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정직하고 올바르게 일처리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과 가족밖에는 모르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매년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마련하는 만찬행사는 워싱턴 정치인이라면 끼고 싶어 목을 빼는 자리다.

그런데 포데스터는 "아내없이 혼자는 안간다" 고 해 결국 부부가 참석했다. 그는 매주 82세 된 노모와 일요일 저녁식사를 같이한다.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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