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구획정 제대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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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야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거구 조정을 위해 선거구획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획정위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야는 지난주 선거법을 합의하면서 시일 촉박을 핑계로 획정위를 구성조차 하지 않은 채 철저한 나눠먹기식 밀실 야합을 꾀하다 국민적 비난에 직면, 전면적인 재협상에 들어가는 구차한 모습을 자초했다.

특히 여야가 전면적 재협상을 벌이기로 했지만 그 대상이나 속셈이 전혀 다르고, 따라서 곡절과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가장 민감한 사안의 하나인 선거구 문제를 이런 식으로 풀려는 시도는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국회의원 2명을 포함해 학자.언론인 등 7명의 위원으로 국회 내에 구성되는 종래의 획정위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그저 '권고' 수준에 불과했다.

때문에 15대 총선을 앞두고 1995년 처음 활동을 벌인 획정위의 보고서는 '인구편차 축소' 등 여야 총무회담 협상의 참고자료 정도로 치부됐'고, 당시 정치권 역시 편법.담합 시비 속에 4.11 총선 40여일 전에야 합의안을 가까스로 도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야가 정치인을 최대한 배제한 획정위의 안을 존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말대로라면 말썽 많은 도농(都農)복합선거구나 인구기준 산정일 문제를 떨쳐냄으로써 어느 때보다 합리적인 선거구 획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여야 3당간의 협상 과정에서 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모든 기초자료가 확보돼 있어 오랜 시일이 소요되지도 않을 것이다.

획정위가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한 채 의원 정수 등에 관한 합리적인 안을 마련한다면 어느 정파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권은 성난 국민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획정위 위원 구성을 엄정하게 하고 그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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