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언론교류 활성화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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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보의 세차례 북한문화재 답사 이후 북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방송.신문사와 종교단체.기업들의 북한행도 잦아지고 있다.

새 정부의 햇볕정책 이후 늘어난 민간차원의 '입북 러시' 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보수적 시각도 있고 실제로 몇몇 방북사례는 상궤 (常軌) 를 벗어난 돌출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북 민간교류가 막 시작되려는 시점에서 작은 문제를 확대해 교류 자체에 흠집이 나게 하거나 교류.협력의 선의의 동기를 왜곡해 남북 화해.협력의 기본방침을 훼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상 민간차원의 남북교류는 분단 이후 50여년간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부 당국자간 대화에 언론사가 취재동행을 했거나 일회적 문화행사가 고작이었다.

남북간 교류.협력은 신뢰에 바탕을 둔 지속적 관계여야 한다.

특히 남북 언론사간 교류협력은 감정적 차원의 남북관계를 현실감있는 남북관계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핏줄과 형제애에 바탕한 감정적 얼싸안기가 아니라 남과 북의 사회경제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배우는 구체적 노력의 일환이다.

군사적 대치상태에서 남북 당국자간 화해협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류.협력의 첫 단추를 언론이 열고 닫힌 문을 넓히는 작업을 우리 언론이 밀고 나가야 현실로서의 통일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언론이 해야 할 구체적 일은 무엇인가.

먼저 사회문화적 접근이 용이하다.

50여년간 달라진 남북간 사회문화적 이질화현상을 극복할 동질화작업을 벌여야 한다.

달라진 언어체계 현황을 파악하고 극복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생태계 변화와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공동노력도 있어야 한다.

남북간 흩어져 있는 문화재 연구와 미발굴 유적의 공동 발굴조사와 전시를 통해 민족과 역사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남북 언론사가 공동으로 벌여 나간다면 그 자체가 말로만 하는 통일이 아니라 구체적 사회통합노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남북간 사회통합작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선 남북 당국간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순수한 의미의 민간 교류사업을 남북 당국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방북허가를 선별적으로 한다거나 방북단의 행동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편의적으로 선전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방북단체 또한 돌출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동을 자제해야 한다.

언론 또한 균형감각을 상실한 채 북의 홍보와 선전에 놀아나는 듯한 보도를 해서도 안될 것이다.

남북 화해와 협력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라 남북 언론교류를 통한 현실적인 노력으로 가능한 일임을 이제 언론사들이 보여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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