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간직했던 14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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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리마인드웨딩 서포터즈 캠페인 ③
중앙일보 MY LIFE가 LG패션 ‘마에스트로’ 및 ‘스타일러스 by골든듀’와 함께한 리마인드 웨딩 서포터즈 캠페인. 한창석·김수영 부부의 웨딩 촬영 현장을 마지막 사연으로 싣는다.

한창석(42)·김수영(40)씨는 결혼한지 올해로 14년째다. 열한 살 소담이와 여덟 살 소은이를 둔 아직은 젊은 부부지만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 소설 한권은 족히 엮고도 남을 만하다.

시작은 정말 단출했다. 대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로 번 돈과 은행대출금을 합쳐 성북동 반 지하에서 신혼살림을 꾸렸다. 겨울에 LPG가스 한 통을 살 돈이 없어 냉골에서 지냈지만 부부 금실은 좋았다. 아내는 “내 옆에 있어주면 그걸로 행복하다”고 항상 말하곤 했다.

얼굴 한 번 찡그린 적 없이 늘 밝게 산 까닭에 그렇게 어렵게 사는 줄 친구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한번은 친구들이 놀러와 내기를 해 이겨 돈을 따게 됐어요. ‘오늘 가스 값 벌었구나’했더니 우스갯소리로 듣더군요.” 그 시절을 추억하는 부부의 얼굴은 여전히 따뜻함이 서려 있다.

반 지하에서 지상으로, 그 다음에는 방 한 칸 더 있는 집으로 옮기며 열심히 살아온 14년. 고생한 아내를 위해 결혼 10주년되던 해 리마인드 웨딩을 결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한씨는 말한다. 지금은 34평 아파트에 네 식구가 버젓하게 살지만, 하루하루 자라나는 딸들을 우선시하다 보니 부부의 이벤트는 항상 뒷전이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아내 몰래 올린 사연이 당첨돼 기쁨은 더욱 컸다.

“늘 마음만 있었지 살면서 딱히 뭘 해준 적이 없더군요. 이번 이벤트를 통해 조금이나마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첨 소식을 듣고 달려가 아내를 안고 뽀뽀해줬다는 한씨. 드레스를 입은 아내가 참 예쁘다며,촬영 내내 싱글벙글이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김씨 역시 기쁨과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신부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어요. 쑥스럽기도 했지만 까맣게 잊고 있던 14년 전 결혼식 날의 감정이 그대로 떠오르더군요. 이 기분을 그대로 지니고 앞으로 더 예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내를 만나고 “사람됐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크게 웃는 한씨. 그는 지내온 세월만큼 아내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아내의 말에 늘 귀 기울여 주는 남편이 되겠습니다. 사소한 이야기라도 귀담아 듣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살면서 깨달아요. 수다 떨 여자친구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옆에 있어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남편이 함께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는 김씨의 꿈은 언제나 그랬듯 화목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 “말을 예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말은 행동을 자제하고 말과 행동의 자제는 존중과 화합의 기본이 되죠.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다 보니 말이 거칠어질 때가 종종 있더군요. 앞으론 말 한마디라도 더 조심하려고 해요.”

협찬 및 캠페인 지원=LG마에스트로. 스타일러스 by 골든듀 / 웨딩드레스=웨딩트리 / 헤어&메이크업=애브뉴준오 / 웨딩스튜디오=비쥬바이진스(신호식 실장)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 사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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