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 소속의 의문사위 바람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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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제3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에서 국회로 소속을 변경시키고 거창.노근리 사건을 비롯해 13건의 과거사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관련 법안도 통합하기로 했다.

제1, 2기 의문사위는 대통령 직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기관의 감독을 받지 않고 국민정서와 괴리된 활동을 해왔다. 강제 전향에 반발하다 옥사한 간첩들과 빨치산을 민주화운동 기여 인물로 판정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또 간첩과 반국가단체 전력자를 버젓이 조사관으로 채용해 군부대 내 의문사 수사를 명목으로 군사령관과 전직 국방부 장관을 조사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의문사위의 활동범위와 방식, 그리고 기관의 소속문제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또 견제와 통제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조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정략적으로 악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야가 함께 있는 국회에 소속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사관은 여야의 감독하에 건전한 국가관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의문사위의 조사 결과도 국회의 검토를 거쳐 확정돼야 무분별한 한풀이식 조사를 걸러낼 수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의문사에 대한 무제한 소급 처벌권이 부여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의문사 조사를 위한 사소한 동행명령을 거부해도 징역형이 가능하고, 영장 없이 계좌추적을 허용하는 권한을 주는 것은 위헌의 소지마저 있으므로 철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의문사위를 합리적으로 정비함과 동시에 무분별한 과거 들추기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동학농민혁명군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입법 등 100여년이 지난 사안에 대해 어떻게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를 찾아줄 수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또 제주 4.3사건과 삼청교육 등 시각에 따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과거사에 대한 접근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역사학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할 문제까지 정치판으로 불러내 심판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