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통 터지는 '지하철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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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하철 7호선 침수 (浸水) 사고는 한마디로 적당주의가 낳은 인재 (人災) 다. 가물막이 설치공사를 맡았던 시공업체나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 지하철 건설본부와 도시철도공사 등이 모두 '설마…' 하면서 방심하는 바람에 불과 70여㎜의 비에 엄청난 피해를 부른 것이다.

또 역 구내를 순찰조차 안했는지 출근길 러시아워인데도 30여분이나 지나서 침수사실을 발견했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동안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폭발사고 등 숱한 대형 참사를 겪었으면서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재산피해는 날이 갈수록 늘어 1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그렇잖아도 경제난으로 나라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이같은 엄청난 경비를 엉뚱한 곳에 쏟아부어야 한다니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시민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은 더욱 문제다.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면서 서울 동북부 사고지점 주변은 평소 15분 걸리던 거리가 1시간이나 걸리는 등 교통대란을 겪고 있다.

하루 이용승객이 30만명이나 되는만큼 이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분통터지는 일이 아닌가. 이제 남은 것은 복구와 책임규명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데 사고대책본부가 5곳이나 설치돼 현장의 보고체계조차 혼선을 빚고 있어 과연 효과적인 복구가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하루라도 운행을 앞당기는 등 시민피해를 최소화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같은 사고를 천재지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다.

벌써 시공회사와 서울시측은 책임을 미루며 법적 다툼을 준비하고 있다니 민사적 책임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설계.시공.공사 감독.사후처리 등 분야별로 엄중한 수사를 펴 관계자에 대한 형사책임도 물어야 한다. 한편 행정당국은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다른 곳은 사고위험이 없는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모든 공사현장을 점검.진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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