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벌일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라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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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호 30면

경기회복의 싹(Green Shoots)이 보인다고 합니다. 마치 침체의 폐허 속에서 새싹이 움트는 듯하다고 합니다. 실제 그렇다면 좋은 일입니다. 한 시름 놓을 만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만세 부를 단계는 아닙니다.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111> 반대파의 주장은 어떻게

그런데 최근 뜻밖의 새싹이 움트는 듯해 흥미롭습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등장한 민주당 독주 체제가 끝날 듯한 기미입니다. 이는 건전한 양당정치의 부활을 뜻합니다.

증거가 있느냐고요? 최근 미 언론이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말을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보십시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안보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미 신문과 방송이 의미 있게 전했습니다. 또 캘리포니아 주민이 투표에서 주정부의 재정정책을 반대한 것도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민은 주정부가 일단 쓴 뒤 세금으로 메우려 하자 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니냐고요? 두 사건만으로 미 정치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건이 물 밑에서 형성되고 있는 흐름을 보여 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치 논리나 이데올로기는 비판 덕분에 다듬어지고 정교해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판은 토론 과정에서 흔히 말하는 예를 갖춘 지적이나 되받아치기가 아닙니다. 죽고 살기로 덤비는 반대파의 움직임을 뜻합니다.

역사적 경험을 돌이켜보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실패는 예스맨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고실업과 불황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경제정책 때문에 미 경제는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겨우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레이건이 공화당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적용한 덕분이 아닙니다. 민주당의 반대를 의식해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한 덕분이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공화당이 그다지 반대하지 않았던 임기 초인 1992~94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클린턴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시절은 공화당의 거센 공격과 반발이 난무하던 때였습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6년 동안 일방통행식이었습니다. 그때 미국 상황이 어땠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우리 부부가 레이건이나 클린턴·오바마 등을 비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비판 세력이 없는 정치 리더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강조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최근 40년 새 미국 대통령 가운데 레이건과 클린턴이 국정을 가장 잘 이끈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체니 전 부통령이 오바마 정부를 비판한 일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견·반대 등은 소통을 활발하게 합니다. 서로 다름이 드러나야 소통이 이뤄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소통은 효율적이고 중도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민 투표 결과도 긍정적으로 다가옵니다. 주민이 주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데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비즈니스 리더가 얻을 교훈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격론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리더는 시끄러워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갑론을박하는 바람에 의사결정 등이 지연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회사든 시시콜콜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늘 리더의 뜻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즈니스 리더는 반대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좋다면 흔쾌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의도가 무엇일까’ ‘혹시 딴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은 접어 두는 게 좋습니다. 회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어야 반대 목소리라도 내는 법입니다. 모든 아이디어를 제대로 평가하고 대접하는 기업이 수익을 냅니다. 사심 없이 좋은 의견을 받아들여 추진하면 그만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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