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수명 늘리는 OQ타임 ⑨ 나란히 놓은 축축한 칫솔, 세균들이 이사 다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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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중에 인상적인 장면을 봤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어김없이 모든 집에서 이불이나 베개 같은 침구류를 베란다에 내다 너는 것이다. 수십 동의 아파트 베란다에 형형색색의 이불이 걸려 있는 모습은 일본 특유의 습한 날씨가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습한 환경에선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해 각종 감염성 질환을 유발한다. 따라서 건조하는 것은 세균을 죽이는 가장 초보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이불처럼 칫솔을 햇볕에 말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람의 입안에는 700여 종의 세균이 서식한다. 이 때문에 치아를 닦는 칫솔에는 필연적으로 세균이 묻는다. 세균 제거를 위해 칫솔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건조 또는 살균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행위다.

칫솔을 보관하는 욕실은 대부분 햇볕이 덜 들고 습하다. 만약 아침에 이를 닦은 칫솔을 점심에 사용할 때 칫솔이 축축하다면 그 칫솔에는 상당수의 세균이 처음보다 많이 번식돼 있을 것이다. 칫솔을 보관하는 것도 그렇다. 욕실에 있는 컵 하나에 가족이 사용한 칫솔을 함께 섞어 놓으면 세균이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충치균이나 치주질환의 원인균, 각종 전염병을 유발하는 세균도 칫솔 간의 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회사나 학교에서의 칫솔 보관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연필꽂이에 필기구와 함께 꽂아 놓는 사람, 서랍이나 사물함에 방치하기도 한다. 아예 화장실에 다른 사람의 칫솔과 함께 놓아두기도 한다. 이렇게 잘못 보관된 칫솔에는 신발이나 부패한 음식보다 더 많은 세균이 있을 수 있다.

칫솔을 청결하게 보관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우선 사용 후 물로 깨끗하게 헹군 다음 물기를 완전히 털어내고 타인의 칫솔모와 닿지 않게 보관한다. 칫솔모가 축축한 상태에서 비닐봉투에 담거나 플라스틱 캡을 씌워 놓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세균 번식이 더욱 왕성해진다.

칫솔을 오래 사용하면 칫솔모에 미세한 흠집이 생겨 이 부위에 세균이 서식할 수 있다. 칫솔은 2~3개월마다 새것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자외선이나 건조 기능이 추가된 별도의 칫솔 보관 용기를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만약 칫솔을 별도로 건조하기 어렵다면 칫솔을 사용 시기별로 구분해 사용한다. 충분한 건조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아침용과 저녁용 칫솔을 달리해 사용할 수 있다. 요즘엔 과학적으로 검증된 항균 기능이 있는 칫솔도 나오고 있다.

김백일 연세대 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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