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취임 해외언론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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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취임한 25일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金대통령 관련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유력 언론들은 사설과 특집기사 등을 통해 金대통령을 '한국의 만델라' '용기있는 대통령' 으로 비유했다.

그러나 향후 金대통령이 헤쳐나가야 할 정치.경제적 과제는 결코 간단치 않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 미국 = CNN방송은 이날 아침 金대통령 취임을 톱뉴스로 전하면서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여야간 정권교체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층 발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논평했다.

이 방송은 그러나 취임 첫날 김종필 (金鍾泌) 총리지명자의 국회 인준이 거부돼 金대통령은 당면한 경제난 극복에 앞서 총리 인준 통과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

AP통신도 金대통령 취임을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金대통령은 취임 첫날 야당측이 총리인준을 거부함에 따라 정치적 밀월이 끝났으며 향후 정국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金대통령의 취임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자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기회" 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경제개방과 정치안정이 동아시아의 금융위기를 치유할 수 있을지 실험이 시작됐다며 金대통령이 밝힌 경제개방과 화합정책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신문은 또 한국민들 사이에서는 수차례나 개인적.정치적 역경을 이긴 金대통령의 경험이 현재 한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도 취임식 모습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신임 대통령에게 거는 한국민들의 기대를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대중정치가로서 신임 대통령이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그러나 金대통령 앞에는 험한 정치.경제적 현실이 놓여 있음을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金대통령이 지난해 말의 극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25일 한 때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전임자들의 거주지인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뉴욕 = 김수길.김동균 특파원

◇ 일본 = 일본 신문들은 25일 金대통령 취임을 일제히 석간 1면 머릿기사로 다루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언론들은 특히 金대통령 취임으로 그동안 삐걱거려왔던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는 한편 새 정부의 경제.대북정책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아사히 (朝日) 신문은 조간에서 "한국에서 역사적인 화합의 정권이 탄생한 만큼 일본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고 강조한데 이어 석간에서는 "金대통령이 취임연설을 통해 정치.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대담한 개혁구상을 내놓았다" 고 전했다.

요미우리 (讀賣) 신문은 "김대중정부는 비단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와 경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며 "올 4월 런던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때 있게 될 한.일 정상회담이 향후 양국 관계의 방향타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NHK는 이날 위성방송을 통해 1시간동안 金대통령 취임식을 생중계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 중국 = 인민일보는 25일자에 金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이 기사에서 "金대통령이 한국은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현재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 21세기 명실상부한 세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고 전했다.

신문은 金대통령이 작지만 강한 정부를 구현할 것이며 금권정치.정경유착.관치금융 등을 철저히 제거, 외환위기를 극복할 것임을 자신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 홍콩 = 영자지 홍콩스탠더드는 국제면에서 金대통령의 '경제.남북문제 최우선' 방침을 보도한 뒤 '한국의 만델라 - 金대통령의 과제는 냉전 종식' 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네빌 드 실바 편집국장대리가 직접 작성한 이 특집기사는 "金대통령이 수감과 여러차례에 걸친 암살위협에도 불구하고 결코 굴복하지 않는 점이 남아공의 만델라와 흡사하다" 고 평가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 영국 = 파이낸셜 타임스는 金대통령의 취임으로 한국민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金대통령은 이미 취임 전부터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시키고 국내적으로 보호받아 왔던 재벌의 개혁에 착수하는 등 '사실상의 대통령' 역할을 해왔다" 고 전했다.

◇ 프랑스 = 르몽드는 24일 金대통령의 취임은 한국민의 화해와 새로운 도약을 향한 희망을 상징하지만 金대통령의 앞날이 순탄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金대통령은 당선 이후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시켰지만 국내적으로는 여소야대 국회 및 자민련과의 이중적 '동거' (同居) 라는 거북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총리인준을 둘러싼 혼란은 金대통령의 좁은 운신폭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 러시아 = 노브예 이즈베스티야는 과거 중앙정보부 책임자로 金대통령과 민주인사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김종필 (金鍾泌) 씨를 자신의 오른팔 격인 총리로 지명한 것은 金대통령이 과거의 불쾌한 기억을 접어두고 옛날의 적에게 악의보다 국가재건의 협력을 요구하는 센세이셔널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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