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달러외교' 중국이 속탄다…필리핀·인도네시아등 대만과 연쇄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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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 외교무대에서 하나의 철칙처럼 여겨져온 '하나의 중국' 원칙이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서 흔들리고 있다.

대만을 독립국이 아닌 1개 지방성 (省) 으로 취급하는 중국의 요구에 따라 공식적 교류를 자제해온 동남아 각국들이 최근의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대한 외환을 보유한 대만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고촉통 (吳作棟) 싱가포르 총리가 대만을 방문, 샤오완창 (蕭萬長) 대만행정원장과 만난 것을 비롯해 지난 1월 피델 라모스 필리핀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이 대만 행정원장 일행과 면담하는 등 대만 고위급 인사와 동남아 각국 지도자들간의 접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임 말레이시아 부총리도 다음주 대만을 방문,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2일 전격 발표했다.

안와르 부총리는 대만방문에 대해 "경제위기 해결에 대한 협의뿐만 아니라 외교적 성격도 띠고 있다" 고 밝혀 동남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 흔들리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대만은 8백30억달러에 달하는 높은 달러보유고와 건실한 경제로 아시아 금융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않고 있다.

오히려 대만의 주요기업들은 헐값이 된 동남아 현지기업들의 지분매입 등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정부도 차관제공 의사를 적극 밝히고 있다.

대만은 동남아 각국과의 고위급 접촉에서 이같은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각료급 회담의 정례화 등 공식관계의 강화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정치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중국외교부는 이같은 동남아 각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의 수교국인 이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대만과의 공식적 관계를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아쉬운 달러를 손에 든 대만의 관리들은 당분간 동남아 국가들에 환영받을 전망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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