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강조하는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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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국민회의 시무식에서 세계화에 대한 발상과 인식의 전환을 강조한 것은 큰 관심을 끈다.

그가 개혁 못지 않게 개방을 강조한 이유는 물론 이 길이 IMF체제에 적응하는 필연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감한 대외개방을 강조한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깥에 국수주의자에 가까운 이미지로 비쳐진 DJ라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마 IMF 각서를 준수하겠다는 약속 못지 않게 외국 투자자를 안심시키는데 순기능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는 한국이 외국에 배타적인 나라로 비쳐지면 안되고 외국투자도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자본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우리의 우량기업도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일반적인 우려에 대해 그는 훨씬 진보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기업으로부터 기업 경영과 시장개척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대양을 헤엄치는 고래가 돼야 한다고 수사학을 동원하기도 했다.

국제화나 세계화는 김영삼 (金泳三) 정부에서도 국가 기본시책의 하나였다.

그러나 환경변화에 뒤떨어진 국내 제도를 세계적 규범에 부합하도록 환골탈태 (換骨奪胎) 시키는 개혁은 관료나 기업에 의해 지연된 것이 IMF시대를 맞게 된 오늘까지의 현실이었다.

지금 IMF의 재촉에 쫓기면서 개방계획을 확대하거나 앞당기는 작업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바로 이런 과거의 안일 때문에 오늘의 개방 일정이 너무 숨가쁘게 진행된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구호만큼 진정한 국제주의자가 못된 것이 우리의 불찰이었다.

이제 金당선자의 철학이 세계화에 있다면 거기서 오는 제도의 변화나 인식의 전환이 우리의 경제생활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당장 조지 소로스가 말한 해외투자 촉진용 재금융공사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지, 무한 경제전쟁에 내몰릴 기업과 정부의 변신작업은 추진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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