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자들에게 보내는 세가지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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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선정국이 국민에게 희망과 기대는커녕 날이 갈수록 깊은 실망감을 주고 있다.정책대결과 공정게임은 찾아보기 어렵고 어지러운 계파정치와 저질의 쟁점,과열.혼탁양상으로만 치닫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과연 21세기를 열 건강한 리더십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을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신한국당의 경선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세(勢)몰이와 계파대립만 있을 뿐 국민과 당원을 향한 정책이나 비전은 없고,난립한 7명 주자들 간에는 비방.흑색선전까지 전개되고 있다.일찌감치 후보를 결정한 야당 역시 원칙없는 입장변화에 때이른 표몰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벌써 몇몇 주자들이 선관위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선정국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주자들간의 쟁점도 달라져야 하고 운동행태도 바뀌어야 한다.이제 6개월 남짓 남은 대선기간이 좀더 공정하고 생산적.민주적이 돼야만 바람직한 차기 리더십을 이끌어낼 수 있다.그런 뜻에서 우리는 대선정국을 뛰는 주자들에게 다음 몇가지 충고를 하고자 한다.

첫째,모든 운동방식은 합법적이어야 한다.금품살포.흑색선전.비방 따위는 사라져야 한다.여당경선에서 주자의 가족문제에 관해 악의적 루머가 나돌고 암암리에 봉투가 돌아다닌다는 소문은 경선운동이 매우 위험수준에 있다는 적신호다.적어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법은 지켜야 하고 한걸음 나아가 품위와 도덕성을 보여야 한다.법을 지키는 것은 보통사람도 하는 일이다.

둘째,민주적 방식이라야 한다.중간보스간의 밀실담합으로 표를 흥정하고 계파이익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가로막는 행태는 없어야 한다.그리고 중요정책을 당공식기구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후보가 주머니 속에서 꺼내듯 즉석에서 공약하는 것도 민주적일 수 없다.

셋째,선거운동이 국정소홀의 이유가 될 수 없다.선거기간이라도 처리할 국정은 처리해야 하고,나아가 정책이 경쟁의 중심이 되게 해야 한다.그런 점에서 여야는 당장 임시국회부터 열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야주자들이 최소한 이 세가지 기준을 갖고 대선정국에 임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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