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FTA 비준 주장한 오바마 싱크탱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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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보호주의 성향을 보여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진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적 정책 산실로 꼽히는 미국진보센터(CAP)는 ‘44대 대통령을 위한 진보청사진’이란 정책 제안서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한국·콜롬비아 등과 체결한 FTA를 비준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가 이미 체결한 FTA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FTA 비준을 계속 미룰 경우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위상이 매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 민주당의 진보 진영에서조차 한·미 FTA의 비준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선거전에서 오바마 당선인이 보였던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집권 후에는 상당히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오바마 당선인 진영에서도 “오바마 당선인이 한·미 FTA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관련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한 뒤 비준하겠다는 입장임”을 밝혀 한·미 FTA의 비준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오바마 당선인이 선거기간 동안에는 지지세력인 자동차노조를 의식해 한·미 FTA에 부정적 언급을 했지만 막상 집권 후에는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이 한·미 FTA에 반대할 것이라는 지레짐작만으로 국내 비준을 미루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오히려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우리가 먼저 통과시켜 FTA 논의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차 부분의 보완조건에 대해서도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미리 단정할 필요가 없다. 이혜민 FTA 교섭대표는 “국제 관례와 미국의 대외신인도를 감안할 경우 미국이 재협상을 쉽사리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협상을 전제로 한·미 FTA의 국내 비준 여부를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는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미 FTA를 연내에 비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