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對北방송 한다고 협박 당하는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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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탈북자들이 운영하던 인터넷 라디오 '자유북한방송'이 각종 위협에 시달리다 출범 한달도 안돼 방송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 방송에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했던 북한연구소가 비워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방송이 시작된 뒤 연구소에 사람들이 몰려와 행패를 부리고 폭파.테러 전화도 수시로 걸려와 연구소 운영상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명색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당국은 말 한마디가 없다. 폭력과 협박 앞에 노출된 이들의 자유는 누가 지켜줄 것인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본질이 무엇인가. 그것은 획일성을 지양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 있다. 우리가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바로 이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선 북한 체제를 비판하면 무슨 큰 죄를 저지르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남북 관계는 현실적으로 '대치와 협력'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극우적 발상에서 맹목적으로 북한을 비판하는 것도 문제지만 북한이 무슨 성역이나 되는 것처럼 떠 받드는 것도 큰 문제다. 우리는 남쪽의 어떤 부조리에 대해서도 비판하듯 북 체제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탈북자들은 북한에 살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열악한 인권실태 등을 알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 일은 이념을 둘러싼 대립 차원을 넘어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위협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 방송의 대표는 "배신자, 몸조심하라.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한 탈북단체에는 죽은 쥐가 소포로 전달된 적도 있다. 그 세력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친북단체나 북한과 연계된 세력이 아니겠는가 하고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북한이 대남방송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탈북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대북방송은 이런 식으로 억압한 데서야 자유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가. 당국은 협박범을 조속히 검거해 안보의 기강을 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