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17% 떨어지고, 돼지고기 52% 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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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30면

추석 제수용품을 준비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쇠고기다. 비싼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 갈비나 불고기 반찬이 빠지면 섭섭한 게 우리 정서다. 그렇다 보니 차례상에 올릴 국거리용이나 산적용 쇠고기 한두 근 만으로는 명절을 쇠기 어렵다.

촛불집회 이후 국내 고기 값 살펴보니

매년 추석 무렵이면 고공 비행을 하던 한우 가격이 올해는 주춤하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월 1만5340원 하던 한우 불고기(3등급 500g 기준) 가격은 지난달 1만2745원으로 17% 이상 떨어졌다. 가격 하락이 본격화된 것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5월 이후다. 4월까지 1만4000원대를 유지하다 5월 1만2000원대로 뚝 떨어졌고, 7월에는 다시 1만1000원대까지 낮아졌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친 촛불집회가 쇠고기 전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며 “소비자 가격보다 산지 소 값의 가격 하락 폭이 훨씬 가파르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돼지고기 가격은 급등했다.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1월 6000원대(500g)였던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은 8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4월까지 7000원대였던 돼지고기는 5월 8000원대, 6월 1만원대로 뛰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던 닭고기는 8월 들어 올림픽 특수를 누렸다.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면서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 사람이 많았던 덕분이다. 1~7월 ㎏당 3000∼4000원대를 오르내리던 닭고기 가격이 8월 처음으로 5000원대를 기록했다.

4년여 만에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는 이번 추석을 계기로 소비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수입육협회와 미국육류수출협회는 13일까지 협회 회원사 직영 매장 9곳(표 참조)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판다. 이번 시판 물량은 새로 검역을 통과한 것이다. LA갈비는 ㎏당 1만8000∼2만7000원, 등심과 목심은 ㎏당 1만∼2만원 수준이다.

왕갈비로 유명한 수원지역 대형 갈비집들도 미국산 생갈비·양념갈비를 팔고 있다. 특히 7일까지 열리는 수원왕갈비 페스티벌에선 생갈비는 1인분(450g)에 2만5000원, 양념갈비는 2만3000원으로 원래 가격보다 30% 이상 싸게 판다. 한국수입육협회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이후 많은 갈비집이 문을 닫았다”며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 소비가 되살아나면 갈비집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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