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속령 공민권 신청 홍콩인들 대거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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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국 속령 공민권(BDTC)신청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홍콩 이민국 신청 창구에는 2만1천7백45명의 홍콩인들이몰려 들었다.
이들은 비바람 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전 8시 접수시작 시간에 맞추기 위해 29일 오후부터 창구앞에서 노숙했다.새치기족도 적지않아 몇차례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줄 서주는 대가로 1천 홍콩달러(약10만원)를 받는 얌체족도많았다. 이같은 BDTC 획득 열기는 4백50여일 남은 홍콩의중국 귀속에 대한 불안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BDTC 신청 대열은 40년대부터 시작됐다.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92년(5천2백7명)부터 계산하면 지금까지 19만5천명 정도가 신청했다.BDTC 획득은 완전한 영국 귀화가 아니다.
BDTC는 97년 6월30일 만료된다.하지만 그이후 BDTC소지자는 영국국민(해외)여권(BNO)을 발급받을 수 있다.
BNO를 소지한 홍콩인은 97년 7월1일 이후에도 영국을 포함,전세계 80개국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따라서 BDTC획득 목적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데 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신청 마감 직전 사람들이 대거 몰린 것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과 홍콩 관리들에 대한 충성요구 등에 불안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뤄즈광(羅致光)홍콩대학 교수는 『취득후 10년동안만 유효한 BNO라도 획득해놓자는 심리는 바로 홍콩 장래에 대한 믿음이 결여된 데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홍콩 정부는 수년전 5만여명의 「알짜」홍콩인들에게 영국본토인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갖게하는 완전한 영국 국적을 부여했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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