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산마을><산사람>8.인제군 진동리-홍순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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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홍순경(45)씨를 만난 곳은 눈덮인 진동계곡을 깊숙이 올라가다 단목령 조금 못미쳐서였다.
그는 정말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산이 좋아 6년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진동계곡에 들어와 살고 있다.서울에 살때 개인사업을 했지만 산에 미쳐 1년이면 절반 이상을 산에서 지내다보니사업이 잘될리 없었다.여러번 사업에 실패한 뒤 모든 것을 훌훌털어버리고 진동에 삶의 터를 마련했다.다행히 당시 산에서 만나결혼을 약속했던 지금의 부인 박성실(36)씨도 흔쾌히 동의했다.그들은 신혼여행으로 설악산을 다녀온 뒤 곧바로 진동계곡에 신방을 마련했다.진동계곡에서 가장 끝에 있는 빈집으로 진작에 봐두었던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다섯살,두살짜리 아이 둘을 얻었다.제사도 이곳에서 지낼 정도로 이곳 생활에 푹 빠져 있다.
25년 산행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백두대간을 잘 알고 있다.
그가 진동으로 들어와 살때는 외부와 연락을 끊을 작정이었지만 산과 얽힌 이런저런 인연에서 완전히 달아날 수는 없었다.
『1년에 7~8번 정도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산악인들이 우리 집에서 묵어가곤 합니다.가장 최근엔 겨울철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백두대간보존협의회 사람들이 하룻밤 묵고 갔어요.』 그가 진동계곡에 정착한 후 살아가는 생활은 도시생활과 판이하다.흑염소.토종닭.개를 키우고 토종꿀을 딴다.또 시간이 날 때는 산에서약초나 산나물을 캐서 팔기도 한다.
『풍족하진 않지만 살만합니다.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산속생활처럼 마음 편한 곳이 없어요.』 그가 6년의 산속생활에서 터득한가축 다루는 기술은 절묘하다.그가 먹이를 주기 위해 휘파람을 불면 흑염소가 뒤뚱뒤뚱거리며 헛간에서 달려오는 것을 시작으로 개.닭들이 모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이곳도 이젠 알려져 찾아오는 사람들이많더군요.좀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까 합니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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