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 '감사문' 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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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의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이 해외 친북 교포에게보낸 「감사문」 원문이 입수됐다.중앙일보가 최근 북한연구소(이사장金昌順)를 통해 입수한 이 두장의 감사문은 82년11월과 88년 2월 옛소련의 나홋카시 주재 총영사(이■ 경)를 통해 친북 교포인 이시연씨에게 전달된 것이다.
가로 16.5㎝.세로 28㎝ 크기에 또박또박 타자된 이 감사장은 해외 교포가 노동당 창건 37주년(82년10월10일)과 신년 축하 편지를 보낸 데 대해 김일성이 보낸 답신 형태를 띠고 있다.두 편지의 차이는 88년도 발급된 것은 김일성 단독 명의의 감사장인 반면 82년도 편지는 「해외 공민들의 자애로운어버이신 위대한 수령님의 유일한 후계자이신 영명하신 지도자 김정일 동지」라는 김일성.김정일 공동 명의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또 두 감사장 모두 김일성과 김정 일을 표기할때는 보통 글자보다 굵은 고딕체를 쓰고있다.
북한 연구소의 고태우(高太宇)연구부장은 이 감사장을 받은 이시연씨가 당초 하바로프스크에서 주체사상 강사를 역임하는등 대단히 친북적인 인사였으나 90년초 남한의 사회교육 방송을 청취한뒤 반북 인사로 돌아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감사장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통치행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즉 북한처럼 인센티브가 없는 체제에서는 감사문은 통치자가 일반 주민들의 생산성과충성심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
주목할 점은 감사장 제도가 김일성 보다는 김정일에 의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는 것이다.귀순자들에 따르면 김일성은 지난 70년대 이전에는 감사장보다는 현지 지도를 즐겨했다.따라서 김일성은 감사장을 그다지 남발할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80년대 이후김일성의 체력이 떨어지는 한편 비밀 현지 지도를 즐기는 김정일이 등장하면서 감사문이 빈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편 귀순자들은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명의의 감사장을 받을때는 실제로 대단히 가슴이 설렌다고 증언하고 있다.수령님이 직접감사를 표한 감사장을 받는 것 자체가 대단한 영광인 것은 물론감사장에는 으레 여러가지 선물이 따라 오기 때 문이다.북한 강성산(姜成山)총리 사위로 지난해 5월 귀순한 강명도(康明道.37)씨는 『통상 감사장은 북한 주민들이 모여 충성의 결의 모임을 가진후 전달되며 이때는 감사장외에도 훈장과 재봉틀.TV.라디오 등이 함께 전달되기 때문에 대 부분의 주민들이 감지덕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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