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걸린 혁신도시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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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혁신도시는 처음부터 걱정이었다. 수도권의 공기업과 직원을 뽑아 지방으로 내려 보낸다고 균형 발전이 이뤄질지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 대못질’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혁신도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기업도시와 함께 노무현 정부에서는 성역이었던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과가 의문시되자 이명박 정부는 이 성역을 깨겠다고 나섰다. 제대로 안 될 게 뻔한데,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16일에는 부산 혁신도시 착공식이 있었지만 지난해와 분위기가 확 달랐다. <관계기사 4, 5면>

지난해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독려했지만 이날은 국토해양부 장관도 아니고, 차관이 참석했다. 국토부는 다음달로 예정된 혁신도시 내 택지 공급도 일단 중지하기로 했다. 혁신도시로 이전할 공기업의 이전계획 심의도 연기하기로 했다.

행복도시와 기업도시 계획의 수정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수도권 규제도 풀기 위해 공장총량제를 완화하고, 3대 권역(자연보전·과밀억제·성장관리)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자 지방이 들끓으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해묵은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엄청난 폭발력이 잠재해 있는 혁신도시 논란이 이명박 정부 초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혁신도시 논란을 이용하려고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못’ 빼기=노무현 정부는 혁신도시에 집착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뒤인 지난해 12월 26일 울산 혁신도시 착공식을 강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혁신도시 전략이 잘못됐기 때문에 대못을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혁신도시 조성원가가 인근 산업단지 분양가보다 2~6배 높아 기업 유치가 어렵다. 혁신도시 주변에 지은 아파트는 미분양이 늘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도 변수다. 민영화할 공기업을 혁신도시로 내려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대로 두면 혁신도시는 일부 공기업만 이전하는 유령도시가 될 공산이 크다. 새 정부 관계자는 “실패가 눈에 보이는데 그냥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확산하는 논란=대못을 빼려고 하니 지방은 걱정이 태산이다. 정영석 진주시장은 “혁신도시는 특별법에 의해 추진하는 데다 이미 착공했기 때문에 사업을 재검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혁신도시 재검토가 수도권만 키우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정치권은 여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여야가 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통합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먼저 이전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게 사업의 취지였다”며 반발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잘못된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 전환 검토를”=이미 혁신도시에 2조4269억원의 토지 보상비가 나갔다. 10곳 중 6곳이 착공했다. 지역 주민의 기대도 크다. 사업을 되돌리기가 간단치 않은 이유다.

이 때문에 새 정부는 협력을 통한 수도권과 지방의 동반 발전을 구상한다. 이런 맥락에서 ‘5+2’ 광역경제권 구상이 나왔다.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대경권(대구·경북) ^동남권(부산·울산·경남) ^호남권 등 5개 권역과 2대 특별광역경제권(강원도·제주특별자치도)으로 나눠 지역별 협력 발전 모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에서 기업과 사람을 빼 지방으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협력 방안을 찾는 방식이다. 예컨대 수원에서 반도체 산업이 커가면 충청지역에 부품 산업을 키워 상생하는 식의 모델이다.

중앙대 허재완 교수는 “혁신도시를 미운 오리 새끼 취급하지 말고 지역별 특성을 살피고 규제를 풀어 기업 중심 도시나 대학·연구기관 중심 도시 같은 곳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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