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직 검증과 부동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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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와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에 대해 표절,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고위 공직자의 자격 검증은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법이 있고, 당연히 법이 제일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선 논문 표절 문제다. 현재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가 이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만일 그의 논문이 학문 세계의 기준으로 봤을 때 명백한 표절로 인정된다면 사퇴하는 것이 옳다. 노무현 정부 때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표절 문제로 물러난 예가 있다. 다음은 부동산 투기 문제다. 이는 특히 국무위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제기되고 있다. 평균 재산이 39억여원에 이르는 데다 15명의 후보 가운데 12명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두 채 이상씩 가진 탓이다. 이 때문에 ‘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자라는 사실만으로 허물을 삼거나 부동산을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투기행위자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주식을 사면 투자지만 부동산을 구입하면 투기행위고 따라서 부도덕하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법규상 금지된 위장전입을 하거나 가짜 계약서로 양도세 등을 면탈하는 등의 불법·탈법 행위를 했을 경우는 다르다. 과거 일반적 풍속의 범위 안에 있었던 일이라면 용인할 수 있는 아량도 필요하다. 다만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경우는 불법·탈법을 하지 않았다 해도 집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이명박 정부는 알아야 한다. 주택이 부족했던 우리 사회는 1가구 1주택을 미덕으로 강조해 왔다. 평생 저축해도 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힘든 서민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다. 한나라당 역시 지난 10년간 야당으로서 엄격하게 적용해 온 인사 검증 기준을 이번에도 유지하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표절과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한 탓에 임명되지 못하거나 물러난 장관·총리만 해도 7명에 이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