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년사설 이명박·한나라 비판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한은 새해를 맞아 1일 발표한 노동신문 등 3개지 공동사설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다방면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10·4 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대결시대의 잔재를 털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북측이 간접적으로 첫 반응을 보인 것으로 새 정부에서도 남북 협력 관계가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사설은 이 당선자를 직접 거명하거나 비판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공동사설에 등장했던 ‘반보수 대연합’ 혹은 ‘반한나라당’ 등의 표현도 사라졌다.

북한은 남북 경협을 ‘숭고한 애국사업’이라고 규정한 뒤 “10·4 선언은 민족 자주적 발전과 통일을 추동하는 기치이며 6·15 공동선언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강령”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또 “경제와 인민생활을 높은 수준에 올려 세움으로써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인) 2012년에는 기어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 놓으려는 것이 당의 결심이고 의지”라며 “공화국 창건 60돌을 맞는 올해를 역사적 전환의 해로 빛내자”는 구호를 제시했다. 특히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과업은 없다”며 식량 문제 해결을 지적했다.

북핵 문제나 6자회담에 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와 친선 협조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10월 핵실험 이후 발표된 지난해 공동사설에선 ‘핵 억지력’을 과시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항하는 의지를 강조했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북한연구실장은 “10·4 선언 이행을 다짐한 것은 북한의 경제 건설에 남북 경협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며 “핵 문제 진전이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경우 대외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사설에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