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친북 노선 철회 요구하는 민노당 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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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좌파 정당을 자처해 온 민주노동당에 대선 참패의 책임을 둘러싸고 노선 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당내 소수파인 평등파(PD계) 측에서 다수파인 자주파(NL계)를 향해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평등파 일각에서는 ‘친북 세력과의 결별’을 요구하면서 “당내 ‘주사파(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세력)’의 친북 노선 때문에 민노당 전체가 북한 추종 집단인 것처럼 비쳤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문제 제기는 당연한 것이다.

민노당의 이번 대선 지지율은 3.0%로 2002년 대선 때의 3.9%에 비해 0.9%포인트 떨어졌다. 불과 3년 반 전에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민노당은 정당 득표율 12.5%를 기록하면서 원내 제3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와 비교한다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국민이 등 돌린 데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스스로 근본적 수술을 해내지 못한다면 당의 존립마저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도 자주파 측이 “총선 100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내부 단결이 중요하다”는 화합 논리로 노선 투쟁을 피하려 한다.

민노당이 이처럼 위기에 몰리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과 세계는 탈이념화하고 있는데 민노당은 오히려 이념 과잉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북한 노선을 따르는 정당으로 비쳤으니 국민의 외면은 당연하다. 특히 북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민노당은 북한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독일 사민당은 노동자 정당으로 출발했지만 1959년 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하고 민주사회주의를 새 노선으로 채택했기에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민노당이 주사파 입장을 취하는 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북한 노선에 손을 들어 줄 국민이 어디에 있겠는가.
진보의 가치는 우리 사회에 소금의 역할을 한다. 약자의 인권 보호, 분배와 복지 정책 강화 등이 그런 것이다. 민노당의 입장이 이런 가치보다는 오히려 북한을 추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면 큰 문제다. 근본적 노선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