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청장 "거대한 시나리오같이 만들어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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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군표 국세청장(中)이 24일 퇴근하기 위해 직원들과 서울 청진동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전군표 국세청장은 24일 오전 9시에 출근해 평소처럼 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국세청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출근길의 동선도 여느 날과 달랐다. 보통 1층 현관을 통해 출근했지만 이날은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집무실로 올라갔다. 점심 식사는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외부 일정은 모두 취소했다.

전 청장은 퇴근 때야 비로소 청사 앞에 모여든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품 상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틀째 현금 6000만원 수뢰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여러분(기자)을 피한 것은 검찰이 수사를 하는 상황에서 말이 말을 낳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 청장은 말미에 "검찰에서 공정한 수사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전 청장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자신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러느냐"며 울컥했다고 한다.

국세청 내부에선 왜 정 전 국장이 검찰에서 현금 상납을 진술했는지 여전히 의문을 풀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정씨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이나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원했지만 이 자리가 여의치 않으면 유임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본청 부동산납세국장으로 발령 났다. 국세청 관계자들이 정씨가 전 청장에게 서운한 감정을 품을 수도 있다고 보는 대목이다.

전 청장은 이에 앞서 이날 출근길에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6000만원을 상납받았는가.

"전혀 그런 적이 없다. 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검찰 수사에 응할 것인가.

"지켜봐야겠다. 오늘 아침 보도를 보니 무슨 거대한 시나리오같이 만들어져 가는 것 같다."

-현재의 심경은.

"곤혹스럽다. (돈을) 안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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