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벌목공 남행」 저지요구/러와 회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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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선 임업협정에 인권삽입 통보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러시아와 북한은 12,13일 모스크바에서 이인규 북한 외교부 부부장과 알렉산드르 파노프 러시아 아태담당 차관이 참석한 차관급회의를 열고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정세 ▲벌목장 탈출 노동자의 북한으로의 송환문제 ▲임업협정에 인권조항을 삽입하는 문제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회담에서 북한측은 탈출 벌목공들은 북한법을 위반한 범법자며 한국측이 이들을 납치,회유하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러시아측이 이를 저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반면 러시아측은 모든 외국인들은 러시아가 국내법에 따라 처리된다는 입장만을 일관되게 강조,탈출 벌목공 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 남북한 어느 한족에 편향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러시아측은 이번에 경신될 임업협정엔 국제수준과 러시아 국내법이 보장하는 수준의 인권조항이 반드시 삽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북한측은 이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측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한국의 고위소식통을 인용,북한 벌목공의 남한으로의 출국문제에 대해 러시아가 마치 어떤 합의를 해준 것처럼 보도되는 내용들은 자신이 아는한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도 최근 이달말께 거주허가증을 갖고 있는 5명을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그동안 러시아측과 이들의 송환문제를 협의해온 것은 사실이나 러시아측이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최근들어 북한 벌목공 문제에 대해 국내에서 지나치게 현실과 다른 일방적인 감상론과 낙관론이 판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김영삼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전에 단 몇명이라도 데려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적인 분위기가 자칫하면 한­러관계의 장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걱정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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