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패션가 겹쳐 입는 레이어드룩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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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폴라티셔츠에 긴 블라우스 그 위에 허리까지 오는 짧은 조끼와조끼보다 조금 긴 재킷.여기에다 모자를 쓰고 사슬목걸이에 배꼽밑까지 내려오는 긴 진주목걸이나 십자가 달린 가죽끈 목걸이를 더하고 허리에는 가죽이나 사슬벨트를 맨다.이것으 로 끝난 게 아니다.옆선에 금단추를 단 바지를 입고 앞굽이 높은 통굽구두에각진 복고풍 핸드백을 들면 비로소 옷입기 끝이다.
지난해부터 부상하기 시작,올가을 그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겹쳐입기(레이어드)패션경향의 한 예다.
겹쳐입기는 70년대 히피의상을 90년대식으로 풀어 낸 뉴히피룩,미국의 거리부랑자들이 이옷저옷 아무렇게나 겹쳐입는 데에서 본뜬 그런지룩의 기본적인 방법.게다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높이자는 재활용운동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옛날에 유행했던 옷을 현대감각에 맞게 소화해 입는 방식으로 겹쳐입기가 제안되기도 한다. 두세가지 벗어도 표도 안날 옷들을 껴입는 올가을 패션경향은 그대로 사회의 불경기지수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옷의 유행경향이 사회의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오래된 정설.여성의 치마길이와 경기는 반비례관계에 있다는 것 .호경기때 미니가 유행이고 불경기일수록 옷길이가 길어진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호경기때 2~3개씩 옷을 살 소비자가 불경기에는 하나정도만 사기때문에 스커트 2~3개를 만들 옷감으로옷 하나를 만들어야 옷감소비를 어느정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올가을 패션경향은 강한 불경기적 징후를 보인다.투피스.스리피스.앙상블등 한조로 입는 옷이 퇴조하고,블라우스.조끼.재킷등 다른 옷들과 조합해서 입는 기본옷들이인기다.소비자가 한 세트로 구입할 때의 부담을 분산 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블라우스.조끼.코트 길이가 길어졌고,나팔바지가 등장했다.전문직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인 남성적 분위기의 옷들에도 「엘레강스댄디즘」이라는 이름으로 셔츠에 레이스나 러플을 잔뜩달았다.옷감을 한뼘이라도 더쓰기 위한 노력이 도처에서 엿보 인다.
진바지에 실크블라우스,다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벙거지에 최고급울코트,빛바래고 구멍을 낸 것같은 진 바지에 울 재킷.진주목걸이등 기존의 관념으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와 개념(고급과 저급,전원풍과 도시풍)등이 하나의 옷입기에서 혼재돼 있다(패션용어로는 「믹스」라고 한다).받쳐 입을만한 옷이 없어 실크블라우스 사기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옷입기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다.
〈梁善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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