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계량법에 따르면 면적의 단위로 ‘평’을 쓰거나 무게의 단위로 ‘돈’ ‘근’ 등을 쓰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 과학적 측정이나 표준화 작업 등을 위해 단위를 통일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또 국제적으로 미터법이 대세이므로 미터법으로의 통일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국민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얽혀 있는 일은 공청회 개최 등 충분한 홍보가 시행된 뒤 실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홍보를 위해 한 일은 4개월가량의 라디오 광고와 관련 자료를 학교 및 행정기관에 전달한 것이 전부다. 공청회 개최도 없었고, 관련 업체 등에 대한 별도 홍보도 없었다. 정권 홍보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어온 이 정부가 정작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일에는 홍보에 무관심한 셈이다.
미터법 사용의 의무화는 이미 1961년 계량법의 제정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가마니·말 등으로 계량되던 곡물의 단위는 이제 대부분 ㎏으로 통일됐다. 또 대형 마트의 출현과 함께 과일이나 육류도 ㎏의 사용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주택이나 토지의 넓이는 여전히 평의 사용이 일반적이고, 금·은 등 귀금속도 돈이라는 재래 단위가 쓰이고 있다. 결국 국민이 경우에 따라 편한 단위를 선택해 사용하는 셈이다. 건축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평이나 자 등의 단위는 인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인간 척도인 때문으로 풀이한다. 그만큼 도량형이란 사회·문화적으로 일상생활에 녹아 있는 관습이기 때문에 단순히 통계나 과학으로만 따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미터법을 의무화하고서도 벌금을 부과하지 않았던 것은 국민의 불편이나 혼란을 고려한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무지한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불편 정도는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듯이 나오고 있다. 지금 같이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독재 정권에서나 할 일이다. 관습은 서서히 고쳐질 수밖에 없다. 일정한 과도기와 계몽 기간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