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자극할 생각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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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플루토늄 1.7t을 실은 일본의 아카쓰키호가 2개월간의 항해 끝에 5일 일본 동해촌 원자력발전소 전용항구에 도착했다. 지난 11월 프랑스에서 선적되기 전부터 논란을 일으켜온 아카쓰키호의 항해는 끝났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고 재연되고 있다.
우선 일본이 비축하려는 플루토늄 양이 너무 많다. 플루토늄은 언제든지 핵무기 생산에 전용될 수 있는데다 그것이 비핵화 지향의 국제적인 흐름에 역작용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일본은 오는 2010년까지 85t의 플루토늄을 비축한다는 장기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는 미국의 수준과 맞먹는 양이다. 세계의 핵전문가들은 이것이 일본으로서는 너무 많은 양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측은 이 플루토늄은 어디까지나 평화적인 목적에만 쓰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플루토늄의 대용물인 우라늄의 국제가격이 최근 현저하게 떨어졌는데도 일본이 굳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플루토늄을 구입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일본은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주변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가고있다. 일본의 플루토늄 비축계획에 대해선 일본 안에서도 반대가 심하다. 아카쓰키호가 입항하던 5일에도 그린피스 등 반핵단체들의 입항저지 시위가 격렬했다.
지금까지 세계는 핵무기의 확산을 막기위해 온갖 노력을 펴왔다. 그것이 실효를 거두어 국가방위상 핵무기를 생산할 필요가 있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국가들이 핵무기 제조를 자제해 왔다. 그 예외적인 나라가 이라크와 북한이다. 이 두나라가 국제적인 노력과 약속들을 어겨가며 핵무기 생산을 기도함으로써 주변국가들에 불안을 준 것은 일본도 잘 아는 일이다.
더구나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막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고 미국은 물론 일본 스스로도 북한에 대한 비핵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다. 이런 판에 일본이 플루토늄을 필요 이상으로 대량 구입,비축한다면 북한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일본의 플루토늄 대량비축 계획 자체가 평화를 희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핵공포심을 가중시킬뿐만 아니라 다른나라에 대해 핵무장을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본의 플루토늄 도입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있다면 러시아에서 남아도는 값싼 우라늄으로 대체해도 된다. 그것이 일본엔 경제적으로 유익하고 인류에겐 핵공포심을 경감시키며 국제적으로 비핵화 노력에 기여하는 길이다.
일본은 국제적인 핵무장 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지금 추진중인 핵재처리 시설과 고속증식로 건설계획을 바꾸고 플루토늄 대량비축 계획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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