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정계개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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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정계개편이 이루어졌다. 국민당과 새한국당의 통합이 그것이다. 두당이 모두 양김정치청산을 표방하는 만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뭉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다같이 반김을 내세우면서도 후보가 난립하는 것보다는 국민선택을 쉽게 하기 위해서도 통합이 옳다. 더욱이 국민당으로서는 지금 지지기반의 확대가 아쉬운 판에 새한국당의 합세는 커다란 고무가 될게 틀림없다.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이처럼 정치세력들이 서로 가닥을 잡아 헤어지고 합치고 하는 현상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당과 새한국당의 통합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정치인들의 처신에 따른 윤리문제랄까,국민들에 대한 책임의식 같은 문제다.
우선 새한국당에서 이번에 국민당소속이 된 몇몇 의원은 불과 반년도 안돼 세번째의 당적을 갖게된 셈이다. 당의 선택은 그들의 자유지만 공인인 이상 그 처신은 명분이 있어야 하고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 그들이 민자당을 나올때 내건 명분은 반김·새정치·정치개혁 등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러나 그후 우리는 새한국당에서도 새정치를 볼 수가 없었지만 국민당과의 합류에서도 새 정치의 가능성은 느낄 수가 없다. 그들은 합당협상의 과정에서 대선후의 국민당 존속여부에 의구심을 표했다는데 그런 의구심의 대상이 될 정당과의 통합을 2천억원기금 약속으로 해결한 방식에서 우리는 더욱 그런 점을 느낀다. 내각제나 중·대선거구제의 공약채택이 비록 합의됐지만 공약이 새 정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국민당쪽에 대해서도 우리는 묻고 싶은게 있다. 대통령제냐,내각제냐 하는 것은 당의 지극히 중요한 문제다. 원래 대통령제를 채택했다가 새한국당과의 통합을 위해 내각제로 바꾸었는데 그렇다면 또다른 세력확장의 필요성에 따라서는 대통령제로 다시 바뀔 수도 있는 것인가.
물론 정당의 정강·정책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굳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권력구조와 같은 극히 중요한 문제에 관한 당의 결정은 내부적으로 신중한 의견수렴 과정이 있어야 하고 밖으로 국민을 납득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함을 지적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컨대 정치인의 처신이나 정당의 결정은 자기들이 앞서 한 말들과 일관성이 유지되는가,국민에게 충분히 설명될 것인가 하는 점을 늘 의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의적·편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기 쉽다.
우리는 경위야 어찌됐든 양당의 통합으로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에 기여할 좋은 정당이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거는 각종 이상들­새정치·정치개혁과 같은 명제들의 실현을 위해 그들이 얼마나 책임감있게 언행일치를 보일지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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