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운동 국면전환할 때(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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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는 이제 조기과열로 치닫던 대선운동의 양상이 국면전환을 보일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각 정당이 다투어 자행해온 각종 불법·탈법적 사전선거운동은 정부와 선관위의 강력한 공명의지와 검경의 본격적인 단속으로 법과의 충돌을 각오않는 한 계속하기가 어렵게 돼가고 있다.
각 정당들 역시 현승종총리의 경고서한과 중앙선관위원장의 경고를 받고 자숙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정부의 공명의지를 지지하면서 문제된 사조직을 공조직에 흡수키로 하는 등 준법을 다짐했고,민주당도 『오해받을 일을 않기로』하면서 선관위가 지적한 홍보물배포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다만 국민당은 현대그룹의 선거운동동원과 관련해 당국의 내사를 받는 등 정부와 계속 긴장관계에 있으나 우리는 국민당 역시 조만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11일 저녁 현 총리 초청으로 열린 정부와 3당 선거대책위원장 회동에서 정당들도 중립정부의 공명의지를 확인한 것이 분명하다. 또 노 대통령도 3당후보들을 직접 만나 다시한번 공명선거를 다짐할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는 정부의 이런 지속적 노력을 정당들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불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은 그만둘 때가 됐다. 그동안 정당들의 낯뜨거운 각종 작태로 국민경각심이 크게 높아지고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음을 후보와 정당들도 깨닫기 시작했을 것이다. 총리가 불법이 계속되면 후보를 입건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을 때 여론이 총리에게 박수를 보낸 것만 봐도 국민마음은 알 수 있다. 따라서 각 정당은 이 시점에서 모두 선거운동방식을 전면 재검토해 법과 국민정서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해야 마땅하다.
우리가 보기에 각 정당이 당장 개선할 일은 정당활동을 빙자한 공공연한 탈법행위다. 단합대회·개편대회 등의 각종 명목을 붙인 정당행사를 내세워 당원 아닌 일반인을 끌어모으고 공공연히 유권자를 접촉하는 일을 정당마다 하고 있는데 최소한 외형상으로나마 합법의 형태를 갖추라는 것이다. 둘째,이른바 사조직과 기업을 동원하는 불법이 더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 사조직을 통한 선거운동은 명목상의 합법성도 없이 은밀히 진행되는 것이므로 사실상 법으로 단속하기도 힘들고 실은 선거를 가장 타락시키는 요인이 되기 쉽다. 그리고,같은 회사의 사원이라고 모두 한 정당만 지지하거나 한 정당의 당원이 되는 기현상이 나올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사조직,또는 기업을 이용한 변태적 선거운동은 중단돼야 한다. 셋째,금품·홍보물배포도 자제해야 한다. 벌써 시계를 돌리고 책자를 뿌리는 등 선거판이 많이 오염되고 있는데 더 큰 말썽이 나기 전에 각 정당이 모두 자제해야 한다.
이제 선거일도 확정됐고 1주일여후면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기간을 못참아 망신스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당 모두 자세를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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