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기형돕기운동을 하는 뜻(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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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 사회의 「성형도는 그 사회가 그늘진 삶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어느정도의 배려를 하고 있는 가에 의해 가늠된다. 국가의 GNP가 총량규모로서는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것이 특정부문이나 소수인구에 집중되어 사회 대부분은 여전히 응달로 남아있다면 누구도 그 사회를 성숙한 사회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는 한마디로 「인간의 얼굴을 지닌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지난 사회」란 무엇인가. 그것은 쉽게 말해 나의 행복이 곧 이웃의 행복의 조건이 되고 이웃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의 조건이 되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일컫는 것이다.
이웃은 아랑곳 없이 제 행복과 욕망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와 필육강식의 정글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사회라면 그 사회는 인간의 사회가 아니다. 또 그러한 논리만으로는 모듬살이인 인간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사회의 발전을 추구해 나감에 있어서 국가적 차원에서나,개인적 차원에서나 사회의 그늘진 곳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과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같은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응달진 이웃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일도 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삼성생명 「얼굴 기형돕기회」와 공동으로 「얼굴 없는 이웃에 제얼굴 찾아주기」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러한 뜻에서다.
사회의 그늘진 곳이나 불우한 사람들에 대해 도움의 손길을 주는 방식에는 세계적으로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럽처럼 사회보장제도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처럼 자선이나 헌금·재단 등과 같은 개인적 선의지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다. 이에 견주어 볼때 우리사회는 유럽식도,미국식도 아니다. 사회보장 제도도 미미한 수준이고 개인적 선의지에 의한 도움도 아직 사회관습화 되어 있지 않다.
우리주변에는 얼굴기형만이 아니라 신체장애자,극빈자,정신장애자,버리받은 아이들 등 어떤 형태든간에 주위의 도움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많은 불우이웃들이 있다. 이들이 최소한 기본적인 사회생활만은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마련도 서둘러야 하겠지만 개인이나 단체들도 능력껏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나는 능력이 없으니까…」하고 남의 일처럼 생각해선 안된다. 기술적·경제적 도움만이 도움인 것은 아니다. 그들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도 똑같은 행복권을 지닌 우리들의 이웃이라고 인식하고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벌써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된다. 이번 운동에는 그런 공감이 더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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