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외정책 월남전후 보수화|이삼성씨「미국 외교이념과 베트남 전쟁」논문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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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세계정치학계의 통설을 반박하는 실증적 연구논문이 출간돼 현대 미국정치를 보는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특히 제3세계정책)은 베트남전쟁이후 냉전주의적 개입주의(간섭주의 : 세계의 경찰이라는 우월의식)가 와해되면서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적 균형 속에서 수행돼왔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이삼성씨(통일원부설 민족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는 이 같은 통설을 비판, 미국의 대외정책은 베트남전 직후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깨지고 보수 우익 편향으로 변해왔다고 분석했다. 이씨는 이 같은 주장의 논문으로 미국 예일대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최근 논문이 『미국외교이념과 베트남전쟁』(법문사간)이란 단행본으로 번역 출간돼 학계의 주목을 끌고있다.
이씨는 70년대 말 이후 미국 내에서 활발해진 보수주의적 사상·운동과 대의정책의 보수화(신속배치군 강화·국방예산증액·제3세계 개입주의적극화 등)경향을 학문적으로 증명해 보이기 위해 미국의 정치엘리트집단인 상·하원 의원들의 도덕적 이념 변화를 측정했다. 즉 베트남전이 끝난 75년부터 84년까지 주요 대외정책관련 의회발언기록 등을 분석해 의원들을 이념적으로 분류함으로써 보수화경향을 확인했다.
이씨가 분류한 도덕적 이념은 여섯 가지다.
①무익냉전주의 ②냉전주의 ③자유주의적 냉전주의 ④자유주의적 반 냉전주의 ⑤반 냉전주의 ⑥좌익 반 냉전주의 등. 미국의 제3세계 개입을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냉전주의」며, 전쟁당사자의 비민주성을 비관하는 것을「자유주의」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의원들의 시기에 따른 성향을 분류한 것이 표다.
베트남전 직후 전쟁의 비 도덕성·비인간성이 널려 알려지면서 냉전주의와 반 냉전주의의 의원수가 균형을 이루다 점차 냉전주의 시각이 늘어남을 알 수 있다. 즉 전쟁의 비 도덕성이 잊혀져가면서 미국의 국익을 위해 제3세계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옹호하는 보수주의가 미국의회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 같은 보수화경향의 원인으로 ▲반 냉전주의자인 진보적·비판적 세력의 제3세계변화에 대한 대처능력부족 ▲공산주의자들(특히 크메르루주)의 잔혹한 동족살상에 따른 충격 ▲미국인의 피해의식확대(이란 인질사건의 충격) ▲베트남 참전자들의 정치세력화 등을 지적했다.
이씨는 이 같은 변화로 등장한 신보수주의 외교정책논리의 제3세계관을 세가지로 정리한다.
첫재, 제3세계의 우파독재는 좌파(공산)독재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우월한 체제며 미국의 국익에도 좋다. 둘째, 우파독재는 제3세계의 역사와 전통으로 볼 때 거의 불가피하다(제3세계 대부분은 권위주의가 자연적인 생활방식이다). 셋째, 우파독재를 무리하게 민주화하려는 압력행사는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우파독재의 정치기반을 약화시켜 좌파독재를 도울 우려가 있다. 이는 미국의 국익만 아니라 제3세계 국민들에게도 해를 끼치는 비도덕적 행위다.
이씨는『이 같은 미국의 보수주의적 외교이념은 당분간 계속적인 제3세계 개입정책을 유지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예가 83년 그레나다침공과 지난해 걸프전이다. <오병상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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