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안 늦출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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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 임용되는 공무원은 국민연금에 맞추고 기존 공무원은 순차적으로 노후 연금액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더 구체화되겠지만 이번 개혁안은 대체로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으로 편입하는 게 좋은 대안이지만 이럴 경우 기존의 퇴직자를 위한 기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 대신 공무원연금을 유지하되 보험료나 노후연금액 수준을 국민연금에 맞추고 민간 근로자처럼 퇴직연금제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가 추계에 따르면 기존 공무원연금 재정이 온전하려면 보험료를 17%에서 30%로 올리거나 노후 연금액을 소득의 76%에서 50%로 낮춰야 한다. 이번 개혁안은 후자 쪽인데 장기적으로 그리 가야 한다.

공무원들은 민간처럼 퇴직금이 없고 산재보험이 포함돼 있으며 월급이 적다는 점을 들어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무원에게는 액수가 적긴 하지만 퇴직수당(민간의 35~40% 선)이 있다. 월급도 민간의 91.3%까지 올랐다. 게다가 고용의 안정성은 민간이 따라갈 수가 없다.

무엇보다 말이 안 되는 게 국고 보전이다. 연금은 사회보험이다. 받는 만큼 내야 한다. 백 번 양보해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왜 국민이 적자를 메워야 하는가. 공무원연금은 2002년, 군인연금은 1973년에 이미 기금이 고갈돼 연간 1조원 가까운 국고가 들어간다.

이번 개혁안에 대해 공무원노조.교원단체 등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집단이기주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정부는 연말까지 공무원연금 개선안을 만들고 군인.사학연금도 개혁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래놓고 이제 와 "내년 상반기 중 정부안을 만들겠다"며 발을 빼고 있다. 계속 눈치 보기로 일관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