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띄워 석달 일하고 5000만원…한국 뜨려다 ‘육지 선장’ 됐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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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직업’

푸르렀던 20대 꿈과 성공을 좇아 선택한 직업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정신없이 달리다 20년, 30년 지나면 떠날 때가 다가오죠.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닥쳤든, 몸과 마음이 지쳤든, 더는 재미가 없든, 회사가 필요로 하지 않든…오래 한 일을 그만둔 이유는 사실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일, 즐길 수 있는 일을 다시 시작할 용기입니다. ‘환승직업’은 기존 직업과 정반대의 업(業)에 도전한 4050들의 전직 이야기입니다. 고소득, 안정된 직장이란 인생 첫 직업의 기준과 다르게 ‘더 많은 땀과 느린 속도’의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소개합니다. 이 직업에 관해 궁금한 모든 것, ‘A to Z 직업소개서’와 ‘전문가 검증평가서’까지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8일 충남 보령 대천항 인근에서 드론방제사 양태경(43)씨가 드론을 이용해 영양제를 뿌리고 있다. 나운채·석경민 기자

지난 3월 8일 충남 보령 대천항 인근에서 드론방제사 양태경(43)씨가 드론을 이용해 영양제를 뿌리고 있다. 나운채·석경민 기자

‘솨아아~~~.’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베듯 몰아쳤다. 양태경(43)씨는 고개를 치켜들면서 지평선을 향해 몸을 돌렸다. 충남 보령 대천항(港) 인근이어선지 거센 바람이 온몸을 묵직하게 때렸다. 양씨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 바람의 흐름을 읽는다. 혼잣말로 “바람이 이렇게 불어서야 쓰나” 중얼거렸다. 그의 어깨너머로 아침 해가 떠올랐다.

양씨는 하늘 배를 모는 특이한 선장이다. 풍향과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육지의 하늘을 나는 배를 몰기 때문이다. 그가 조종하는 배는 가로세로 2.66m에 높이 66㎝ 크기다. 나룻배보다 훨씬 작은 크기다. 하늘을 날면서 땅으로 약(藥)비를 뿌리는 게 그의 배다.

양씨는 ‘하늘 배’ 드론(Drone‧무인항공기)을 조종해 방제(防除)하는 드론방제사다. 드론으로 농약을 뿌려 해충을 잡는 독특한 업(業)이다. 특히 양씨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양씨는 식당 매니저, 주류 영업직, 조선소 노동자 등 다양한 일을 해봤다. 한국을 영영 떠나려고도 했다. 필리핀에서 관광업으로 새롭게 터를 잡으려 했다.

그런 양씨를 한국에 붙들어 맨 게 드론방제 일이다. 이일 저일 해봤지만 맞지 않았던 그가 드론방제 일은 “너무 만족스럽다”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돈을 잘 버나? 워라밸은? 양씨는 “잘 버는 사람은 억대 연봉도 한다더라”고 했다. 드론방제가 뭐기에 양씨는 그토록 싫어했던 한국에서 이제는 귀농을 인생 목표로 삼고 있나. 그 이유를 캐물었다. 그리고 ‘환승직업’에서 한 번에 소개한다.

📃목차

1. 3000평을 5분 만에, 드론방제 현장
2. 이 일 저 일 끝에 떠나고 싶었던 한국
3. 우연히 알게 된 드론, 밥벌이가 되다
4. “누군가는 꼭 해야…없어지지 않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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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00평을 5분 만에, 드론방제 현장

지난 3월 8일 동튼 직후, 충남 보령에 있는 약 9917㎡(약 3000평) 규모의 한 밀밭. 양씨의 업무 현장을 찾아가 봤다. 양씨는 타고 온 1톤 트럭 화물칸의 덮개를 걷고 트렁크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평평한 사각 받침대가 기계음을 내며 움직였다. 초록색 인조 잔디를 깔아놓은 모습이 영락없는 착륙장이다. 받침대 위엔 웅크리듯 프로펠러를 모은 그의 드론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