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함께 수재 이기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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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5년만의 대홍수로 서울ㆍ경기를 중심으로 한 중부 일원이 큰 물난리를 겪고 있다. 예기치 않게 고통을 겪게 된 수많은 수재민들을 위해 온 국민은 자기일처럼 나서 그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나서야겠다.
비가 그쳤다고는 하지만 물난리가 끝난 것은 아니다. 한강의 제방 일부가 무너져 피해가 확대되고 있고 이미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루 하루의 생활에도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결실기를 눈앞에 두고 땀흘린 한 해 농사를 물에 떠내려 보낸 농민들의 참담한 심정도 헤아려진다.
이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하루아침에 뜻하지 않았던 불행에 빠진 수재민들을 돕고 위로하는 일이다. 물론 이번 큰 물난리를 겪게 된 데는 당국의 책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65년만의 폭우는 당국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당장 눈앞에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데 당국과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우리들은 재해를 겪을 때마다 따뜻한 정성을 모으는 일에 익숙해 있다. 수해의 규모에 비하면 우리들이 정성을 모아보았자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지원과 복구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며 또 실질적인 효과는 그를 통해서 나타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러나 불행에 빠진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부터의 위로일 것이다. 성금과 성품 그 자체의 도움도 결코 작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것에 깃든 정성과 사랑에서 수재민들은 더 큰 위안과 재기의 용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재난을 당했을 때마다 벌어지는 전 국민적인 이웃돕기운동이 이웃의 불행과 슬픔을 내 것으로 느끼고 우리 모두가 한 배에 탄 공동운명체임을 새삼 확인하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각박한 경쟁사회속에서 이기주의가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그에 따라 인간의 또 하나의 본성인 이타주의가 나날이 쇠약해지고 있는 오늘날,불행한 이웃을 돕기 위해 전 국민이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에 공동체 의식을 되살려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이기주의에 억눌린 이타주의를 다시 건강하게 키우고 너와 내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병폐들을 해결하는 데도 더할 나위없이 좋은 정신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성금이나 성품의 많고 적음이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껏 관심을 표시하는 것으로서 족할 것이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그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
끝으로 우리는 수재민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위로의 뜻을 전한다. 당국이나 이웃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역시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와 의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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