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인력수입 거론할 땐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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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중소제조업체 일부에서 자구책으로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데려오자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주최로 열린 회원조합 간담회에서 황승민회장은 해외인력 수입을 대외비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를 공식화하는 경우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으니 신중히 대처해달라는 당부까지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또 일부 업체에서는 이미 변칙적인 방법으로 필리핀이나 중국의 한국계 2세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중소기협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다는 해외인력 수입계획과 같은 움직임이 경제단체 단위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외 인력부족현상이 이미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한계에 도달해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여 당국의 시급한 대응책이 요망된다.
인력부족현상은 물론 지금 갑작스럽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88년과 89년의 실업감소에 이어 올 2ㆍ4분기의 실업률도 2.1%로 완전고용상태에 와 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통계수치가 이 정도라면 산업이나 업종에 따라 인력수급이 심한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협중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의 15%정도가 부족인력을 구하지 못해 조업을 중단하고 있거나 중단해야 할 처지에 있다 한다.
중소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 제조업체나 건설업체,그리고 농촌의 일손 부족등까지를 감안하면 인력부족문제는 이미 전 사업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아 틀림없다.
문제는 이처럼 인력부족문제가 심각의 도를 더해가고 있는데도 정부차원에서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인들이 변칙적 방법으로 해외인력수입을 논의하게 된 것도 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생각으로는 인력부족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나 외국인력 수입에 대한 국내 근로자들의 반발등을 고려할 때 이같은 문제는 기업차원에서 변칙적으로 논의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종합적인 검토와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결이 어렵고 까다롭다고 덮어만 두어서는 엄청난 부작용과 파급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제에 한가지 제의하고 싶은 것은 인력부족을 해외인력 수입이라는 쉬운 방법으로만 해결하려들 것이 아니라 국내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동원방법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취업상황에서 더이상 가용인력자원이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아직도 여성인력이나 고령인력중에 유휴노동력이 적지않다. 여성인력에 대한 능력개발과 취업조건의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취업할 여성의 수는 크게 늘어날 여지가 있다. 또 낮은 정년제로 충분히 일할 나이의 사람들이 놀고 있는 것도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일들이다.
해외의 값싼 인력을 들여다 쓰겠다는 발상은 언젠가는 불가피한 일이 될지 모르지만,그리고 그 단계에서는 너무 배타적ㆍ폐쇄적 사고로 임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은 우선 국내의 개발가능한 인력을 동원하는 일과 취업인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일에 눈을 돌려 그에 필요한 체제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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