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트 브랜드] 개별 브랜드, 그룹 브랜드보다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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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가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것도 많다. 그룹 공동 브랜드 보다는 상품 개별 브랜드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일부 브랜드는 가히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브랜드 평가에서 각각 상위권과 중위권에 진입했다.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과의 이면에는 많은 마케팅 담당자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올해의 하이스트 브랜드'에 뽑힌 여러 브랜드를 보면 우리나라의 브랜드전략과 모습이 과거에 비하여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 브랜드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도 말해주고 있다.

우리 브랜드는 과거에는 브랜드 네이밍과 외형적 위상정립, 즉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에만 역점을 두었다. 그래서 특이한 외래어 브랜드와 개성 있는 포장을 이용한 브랜드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브랜드 전략에 있어서 차별화만을 위한 차별은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요즘의 브랜드들은 더 뚜렷한 콘셉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대림산업의 'e-편한 세상'은 네이밍도 재미있지만 브랜드 약속(promise)을 실현(deliver)하기 위해 정보화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처럼 근대적 브랜드 관리에서는 브랜드 약속 보다는 빈틈없는 브랜드 실현을 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 브랜드들은 그 실현에 있어서 앞으로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외국 브랜드들은 360도 브랜딩을 외친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브랜드들도 소비자의 접점(touchpoint)을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소비자와의 지속적이며 호의적인 만남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우리 브랜드의 구조는 주로 공동브랜드 위주로 설계됐다. 유수의 기업들은 다양한 업종의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모기업의 상호를 공동브랜드로 사용했다. 브랜드는 소비자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연상과 이미지를 좌우한다고 한다. 때문에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하는 공동브랜드는 너무 많은 연상과 이미지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아직 공동브랜드를 이용하는 대기업들이 더러 남아 있지만 개별 혹은 혼합(endorsed) 브랜드로 브랜드 설계(brand architecture)가 바뀌고 있다.

이번에 하이스트 브랜드에 꼽힌 하우젠.휘센.트롬.오휘.이마트 등은 모회사와의 어느 정도 분리된 브랜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브랜드들은 모회사의 기존 연상을 방해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더 명확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다. 브랜드 전략에서 남은 과제는 그러한 개별 브랜딩 관리에 대한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이 잘 되면 부모들이 그 자식들의 명성을 좀 얻고자 하는 것처럼 모기업은 차츰 소속 개별브랜드와의 연동을 더 강화하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물타기가 이행될 때마다 개별 브랜드의 자산은 희석되기 시작한다.

많은 브랜드들은 앞으로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궤도에 올라서 있다. 과거에 비하여 뚜렷한 개념에 착안한 네이밍과 브랜드 실현이 이행되고 있다. 또한 브랜드의 상황에 맞는 브랜드 설계가 기획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브랜드들이 더욱더 성장하려면 소비자에 더 다가서는 접점이 마련되어야 하고 또한 지속적인 브랜드 연상과 이미지의 유지가 요구된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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