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상한 대규모 대통령 특보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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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핵 사태와 386 간첩 혐의 사건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5명의 대통령 특보를 새로 임명했다. 이번 특보 인사는 한마디로 사리(事理)에도 안 맞고 비효율적이며 무엇보다 부작용이 우려된다.

원래 '대통령 특보'는 대통령의 선생이자 친구 격이어서 인품과 경륜이 뛰어나고 올바른 국정운영의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핵심적으론 대통령의 부족함을 채워줘야 한다. 요즘 상황 같으면 과거 전통.보수적인 입장에 서서 동맹외교나 통일.국방을 다뤘던 이들로 외교안보 특보팀을 운영한다면 그런대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방향이다.

특보단장으로 거론되는 전직 총리는 부적절한 시점, 부적절한 업자들과 골프를 쳐 사퇴한 바 있다. 야당.언론을 무시한 그의 과거 언행은 정권의 지지도 추락에도 기여했다. 두 명의 전직 장관급 인사는 충남.광주 단체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 이번에 정무특보가 됐다. 정권의 특기인 낯 두꺼운 '보은인사'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책기획위원장과 전 민정수석도 특보가 됐다. 이들의 '귀엣말 조언'이 필요하면 대통령은 얼마든지 비공식으로 부를 수 있는데 이들은 감투까지 썼다.

청와대는 이들이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감투는 감투요, 완장은 완장이다. 대통령 특보라는 명찰이 있고 없고는 영향력에서 큰 차이다. 명함엔 사람이 모이고 이권이 붙는다. 정당에서 대선만 되면 후보특보.부대변인.위원장이 대량 생산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현재도 누구나가 아는 대통령 측근이 정무특보의 명함으로 이곳저곳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누가 더 필요한 것인가. 어느 나라에 대통령 정무특보가 5명이나 되는가. 대통령이 정치 문외한이라도 된단 말인가.

이런 부작용을 무릅쓰고 대통령은 왜 이렇게 하는 걸까. 여권 내에서조차 내년 대선 국면에서 대통령이 칩거해 주기를 바라는데, 대통령은 혹시 대규모 '위세용 특보단'을 통해 깊숙이 손을 넣으려는 건 아닐까. 하도 이상한 인사여서 의혹이 꼬리를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