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코드인사'를 예고하는 외교안보팀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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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 정부는 기존의 외교안보 정책을 바꿀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청와대가 통일부.외교부.국방부.국정원 등의 책임자로 검토 중인 것으로 밝힌 후보자들의 명단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대부분이 이른바 '코드 인사' 또는 '회전문 인사'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급박하게 움직이는 한반도 외교안보 정세 속에서 국민은 정부가 포용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해 왔다. 또 안보 위기에 더해 엉망진창이 된 한.미 동맹의 복원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같은 기대는 접어야 할 듯하다. 후보자들 중 낙점받을 것이 유력시되는 인물들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유력시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모두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는 사법시험 17회 출신이라든가,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든가 등등. 외교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미국은 짧은 역사에 비춰볼 때 가장 전쟁을 많이 한 나라"라는 최근 발언으로 미국 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포용 정책의 지속 여부를 묻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뒤이어 "북한이 안보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말해 대북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극력 옹호하고 나서는 등의 국내 정치 상황에 직면하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 와중에 예고된 외교안보팀 개편은 정부의 대북 정책과 외교안보 정책의 변화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거론되는 인물로 보아 노 대통령은 '근본적인 정책 변화는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셈이다. 따라서 실패를 자인한 포용 일변도 정책, 위기에 빠진 대미 관계도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든다. 이런 걱정이 기우(杞憂)로 판명나기를 국민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음을 헤아려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