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악의 한·미관계 타개할 인사가 기용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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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 국방부 고위 관리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나온 '확장된 억지력'을 놓고 한국 국방부가 새로운 성과라고 얘기하는 것은 헛소리"라고 쏘아붙였다. 미국이 줄곧 제공해 온 것으로, 새로운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격앙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한국전에서 미군 3만 명이 숨진 사실을 송 실장에게 상기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정권 들어 한.미 관계가 불협화음을 겪어왔다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서도 이라크 파병, 주한 미군기지 이전 합의 등으로 큰 고비는 넘겨왔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전환,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벌어진 양국 갈등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한국이 전작권 전환 시기로 2012년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사실상 2009년을 고수했다. SCM이 끝난 지 며칠도 안 돼 한국 정부를 경멸하는 듯한 발언들이 미 국방부 쪽에서 나왔다. 아무리 시각차이가 있다 해도 정상적인 동맹관계라면 막후에서 조정한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한.미 동맹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우려된다.

북한의 핵실험 이전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이후 우리의 안보는 미국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SCM에서 구체적인 핵우산 보장책을 간청한 것이 단적인 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경제상황을 봐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경화하는 일본과 동북공정을 벌이는 중국을 제대로 상대하려면 미국의 지원은 불가피하다.

결국 미국과의 동맹이 파탄되면 한국은 동북아에서 '꼼짝달짝 못하는' 미아의 신세가 될 게 자명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이번 외교안보 라인의 개편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변수는 바로 이 것이다. 한.미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인사의 기용은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점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