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Blog] 영화제 덩치는 커지고 일할 사람은 없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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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0주년이었던 지난해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산영화제에 갔습니다. 하지만 웬걸. 개막식에 참석한 국내스타 규모부터 지난해 못지않았습니다. 톱스타들은 물론이고, 신인급 배우들도 화려한 성장 차림으로 대거 입장하는 바람에 사진 기자들의 경쟁은 무시무시할 정도였죠.

주요 스타들은 이후로도 곳곳에서 자리를 빛냈습니다. 개막식 날 에르메스가 준비한 '배우의 밤'이 열린 것을 시작으로 이후 '중천의 밤''천년학의 밤''강우석펀드의 밤' 등 저녁 행사도 지난해만큼 많더군요. 자연히 행사장 앞에는 일본 중년여성들과 한국 소녀팬들이 혹 얼굴이라도 볼까 무리지어 서성대는 모습이 일상이었습니다. 올해 처음 아시아필름마켓이 열린 덕도 있지만, 이래저래 국내 배우들에게 부산영화제가 그만큼 중요한 행사로 각인된 듯합니다.

야박하게 보자면, 올해라고 흠잡을 대목이 없을 리 없습니다. 입장권이 제때 발급되지 않아 상영시간이 임박한 예매관객들이 발을 구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이 기민하게 대처해 입장을 가능하게 하더군요.

취재진들의 해프닝도 있었죠. 개막식이 시작되자 이후 30분 동안 개막식장 한 켠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의 입장을 통제하려던 일이 일례입니다. 이 방에서는 개막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들락날락하며 기사를 쓰던 기자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요. "혼란을 막기 위해" 이런 지시를 받았다는 자원봉사자들로서는 기자들의 항의에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알다시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성은 관객들의 열기와 함께 오늘의 부산영화제를 만든 원동력입니다. 올해도 무려 6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675명 자원봉사자들이 영화제를 돕고 있습니다. 반면 이를 제외한 영화제 스태프는 새로 시작한 필름마켓까지 합쳐도 200여 명뿐입니다. 이 중 연간 상근인력은 30여 명. 나머지는 길게는 5개월, 짧게는 2주의 임시계약이라고 합니다.

영화제 기간 중 스태프들의 일과는 문자 그대로, 불철주야입니다. 한 스태프는 "내년에도 또 할거냐고 요즘 물으면 다들 고개를 젓는다"고 전합니다. "그럼에도 영화제가 좋아서 또 찾게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길게 보면, 11회째인 부산영화제에 개막 때부터 일해 온 스태프는 프로그래머들을 중심으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죠.

9일 동안 열리는 행사인데다, 재정형편상 상근인력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리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행사로 성장했고, 앞으로 더 성장할 부산영화제라면 전문인력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숙제입니다. 영화제의 숙원인 전용관 건립 문제가 지난해부터 궤도에 오른 마당에, 내년에는 스타뿐 아니라 세련된 운영 역시 빛나는 부산영화제를 기대합니다.

부산=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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