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첫 대규모 학자접촉/8월 대판,조선학 국제학술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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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1백50명 참석,정치선전 우려/성공리에 끝나면 민간교류 촉진
한반도 문제가 국제적 관심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8월 일본에서 남ㆍ북한을 비롯,미ㆍ일ㆍ중ㆍ소학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매머드 학술세미나가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8월3일부터 5일까지 일본 오사카(대판)에서 중국북경대조선문화연구소와 일본의 오사카 경제법과대학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제3차 조선학국제학술회의에 북한은 정무원 차관급인 김철식 사회과학원부원장등 1백50명의 대규모 학술단을 보내겠다고 이미 통고해와 우리측 학자들이 주최측의 초청을 받아들여 참석할 경우 남ㆍ북한학자간에 처음으로 대규모 접촉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 대회의 성격을 놓고 한국측의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오사카경제법과대학은 친북한학자들이 많은 조총련계 대학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공동주최자인 북경대조선문화연구소는 이 대학의 후원으로 설립된 단체여서 대회의 중립성 유지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발표자만도 5백7명에 달해 학술회의라기 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집회」의 성격을 띠고 있어 우리측 학자들이 참여를 일부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최측은 발표자로 한국학자 93명,북한 1백33명,중국 93명,일본 86명,미국 47명,소련 29명,유럽 15명을 정했으며 우리측학자 2백여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격년제로 개최되는 이 조선학 국제학술회의는 86년 1차회의와 88년 2차회의가 모두 북경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 준비사무국 총무인 송남선 오사카 경제법과대 교수는 『대회의 정치성 시비를 고려,경비 일체를 주최측에서 부담하고 남북의 불필요한 논쟁을 막아 선전장화 되지않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당국측도 남북간의 교류 증진을 위해 이번 학술대회의 참석을 적극 만류하지 않고 있어 안병직 서울대교수(경제학) 이대근 성대교수(경제학) 등은 참석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번대회는 일본 외무성,문부성이 공식 후원하고 있어 주목된다. 외무성은 북한학자의 출입국 사무를 위한 것이기는 하나 북한인사들의 대규모 입국을 처음으로 허용했고 대회의 공식후원자로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로 보아 일본은 이 대회를 일­북한 관계개선의 발판으로 이용할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주최측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학 세계학회의 결성도 논의할 예정이어서 잘만된다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남북이 직접 지식을 교류,학자간엔 상호이해의 폭을 넓힐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회의의 성격이 학문적 측면외에 정치적 측면도 없지않은 것으로 엿보여 아직 그 성과를 전망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지 않다.
만약 이번 학술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게 된다면 남북의 직접적 학문교류에서 뿐 아니라 민간레벨에서의 남북접촉 활성화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남북교류에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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