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마을] 보물 1호의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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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아침, 사진관 앞에 세워뒀던 자전거가 사라지고 말았다. 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빠는 어차피 얻어 쓴 것이니 잊어버리자고, 더 좋은 자전거를 사주겠노라 하셨지만 나는 너무나 슬펐다. 내게 그보다 저 좋은 자전거란 있을 수 없었다. 며칠 뒤, 학교 앞에서 우연히 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을 봤다. 나는 그의 뒤를 정신없이 쫓았다. 아무리 봐도 내 자전거가 분명했다. 검은색 칠을 하다 만 모양새였지만 드문드문 드러나 있는 그 노란색은 아빠가 칠해준 바로 그 색이 분명했다. 자전거를 탄 사람은 슬라브 지붕이 밀집한 산동네의 한 집 앞에 멈춰 섰다. 난 떨리는 심장을 안고 아빠에게 달려가, 손을 잡아끌어 그 집으로 갔다. 그런데 아빠의 행동이 뜻밖이었다. 마당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를 보고도 그냥 돌아가자고 하시는 것이었다.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빠 말씀은 이랬다. "이 저전거는 이미 우리 게 아니야. 그냥 우리가 저 사람한테 선물로 주자."

한동안 나는 아빠를 오해했다. 아빠가 겁이나 그 자전거 도둑을 잡지 못한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절로 알게 됐다.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과 하나쯤은 나눠가지며 살아도 된다는 것을.

김경미(34.회사원.인천시 오류동)

◆ 20일자 주제는 '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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